지난 1968년 4월1일 향토예비군 창설식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주국방 개념을 언급했다. 그 주요골자는 우리 국방의 일차적인 책임은 어디까지나 우리에게 있는 것이며 그것은 또한 우리 국민 개개인의 신성하고도 절대적인 의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우방의 원조나 집단안보체제는 어디까지나 우리를 돕기 위한 것이지 우리 스스로의 책임마저 감당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제 공조만으로는 북핵 해결 못해
다시 말하면 자주국방이란 국방의 일차적인 책임을 자국의 힘에 귀속시키고 우방이나 집단안보체제의 지원으로 그것을 보완한다는 개념이었다. 이 개념에 미뤄볼 때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안보를 확고히 하는 데 한미동맹이나 국제사회와의 공조는 부차적인 것이지 절대적인 수단은 결코 아니다.
박 대통령의 자주국방 개념에 비춰볼 때 북한 핵무기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어떻게 이뤄져야 할지는 자명해진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한국은 해결될 것 같지 않은 북핵 문제 해결에 전전긍긍할 것이 아니라 북한 핵무기에 대해 보다 공세적인 안보전략 수립에 매진해야 한다.
북한이 끝내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국제사회의 만류와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간 것이다. 북한의 빅브라더인 중국마저 과거와 달리 대북지원의 급격한 감소까지 거론하며 핵실험 자제를 촉구했건만 북한의 3차 핵실험은 이미 자체논리를 지니고 스스로 굴러간 듯하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의지는 국제사회가 아무리 어르고 달래고 윽박지르고 갖은 제재를 가해도 포기시킬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미국의 인내도 한계에 달한 듯 군사적 예방타격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 핵의 직접적인 위협에 시달리는 한국 역시 북한 핵에 대한 전격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판단된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사실상 휴지조각에 불과하게 됐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을 통해 1992년에 채택된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의 완전백지화, 전면 무효화를 선포한 바 있다. 북한이 핵능력을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있고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분명하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 합의는 깨진 것이나 다름없다. 6자회담이나 유엔안보리 제재로도 북한의 핵은 해결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는 건 북한 핵무기에 대한 우리의 자주국방 의지다. 최근 군 일각에서 거론된 북핵 시설 선제타격 방안부터 1991년 철수됐던 주한미군 전술핵무기의 재배치, 그리고 독자 핵무장의 추진 등 다양한 옵션들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다. 국제사회에서 그간 터부시되던 대북 군사제재 방안은 그것이 금기시됐다는 이유만으로 북한에는 도발의 유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돼왔다. 핵개발도 동일한 조건에서 추진돼온 것이다.
우리 스스로 안보 지키는 능력 길러야
그러나 이제는 우리 안보를 우리 스스로 지키겠다는 자주국방 의지를 다잡을 때다. 자신의 생존과 재산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선 자조(自助)하는 게 옳다. 그것이 상식이며 상식은 그 어떤 이론보다 현실적이다.
박 대통령이 그토록 염원하던 자주국방은 박근혜 정부 시대 최대의 화두가 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이제는 북핵에 대한 해법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북한 핵위협이 날로 강성해지는 현실에서 기존의 발상으론 어느 나라도 자국의 안보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해법은 하나뿐이다. 북한 핵의 의미를 희석시키고 한국 스스로 자국의 안보를 달성하는 방법만이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도 안전해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