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공염불 되나

'4.7% 성장' 근거 삼았던 유가 기준선 이미 추월<br>금리·고용·물가등 주요지표 예측도 모조리 빗나가<br>성장률 2%대 추락 우려…비상대책 주문 목소리도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이 잉크도 마르기 전에 삐걱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최근 초고유가 등을 고려해 성장률 전망치를 6%대에서 4.7%로 하향 조정하는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발표했다. 하지만 4.7% 성장의 근거로 삼았던 금리ㆍ유가 등이 이미 기준 선을 추월해버렸다. 정부로서는 여간 곤혹스런 게 아니다. 실제 4.7%의 성장률은 유가가 하반기에 배럴당 120달러선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서 나온 수치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주로 소비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이미 140달러 수준에 육박해 흔히 ‘3차 오일쇼크’의 기준점으로 잡고 있는 150달러선에 성큼 다가서 있다. 현 상황에서 기름 값이 20달러 이상 내려가지 않으면 4.7% 성장률도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제운용 방향 자체가 말 그대로 전망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그래서 나오고 있다. ◇유가, 커지는 현실과 괴리=정부는 지난 2일 올해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전체의 국제유가 수준이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110달러, 하반기에는 120달러가 된다는 전제하에 성장률을 4%대 후반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3월 6% 내외로 예상했던 성장목표를 낮춰 잡은 것과 관련해서는 국제유가(두바이 기준)를 당초 80달러 정도로 관측됐으나 110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성장률을 0.8%포인트 낮췄다고 설명했다. 즉 다른 요인은 배제하고 국제유가만 놓고 볼 때 예상보다 30달러가량 높아지면서 성장률을 0.8%포인트 낮추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 같은 정부의 전망을 무색하게 했다. 정부의 이 같은 전망이 나오자마자 두바이유 값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140달러대에 들어섰다. 정부의 예상처럼 하반기에 120달러를 유지하려면 당장 20달러가량 떨어져야 한다. 연구기관 등의 분석모델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면 경제성장률은 0.2~0.3%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유가가 150달러가 되면 성장률은 0.72~1.08%포인트 하락해 올해 연간 성장률은 3%대 후반, 하반기 성장률은 2%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리ㆍ고용ㆍ물가 등 다른 지표도 비슷=문제는 유가뿐 아니라 물가ㆍ취업자ㆍ금리ㆍ경상수지 등의 지표도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설정시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데 있다. 우선 금리(3년 만기 국고채)의 경우 이미 6%대를 넘어 4일 현재 6.05%를 기록하고 있다. 경제운용에서는 5%대 후반을 예측했다. 금리인상은 성장률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취업자ㆍ경상수지 등의 지표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서 취업자 증가 규모를 연간 20만명 내외로 추정했다. 하지만 고용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기업투자와 내수가 심상치 않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은 6일 발표한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내수를 중심으로 둔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설비투자 역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신규 일자리 목표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정부는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서 경상수지 적자를 100억달러 내외 규모로 추정했는데 가파르게 진행되는 유가 상승과 수출 둔화 가능성 등을 고려해볼 때 정부 전망이 희망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물가 상승률 전망(4.5%)도 현실을 감안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수입물가 급등이 내수경기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4~5월 중 수입물가 상승률(월평균 38%)을 감안하며 향후 3년에 걸쳐 3.7%포인트 상승 압력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이 같은 분석을 근거로 향후 3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가 통화정책의 중립 기조하에서 설정한 4.5% 물가 전망치 역시 빗나갈 가능성이 다분한 것이 현실이다. ◇비상 경제운용 방향 나오나=정부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설정시 잡았던 유가ㆍ금리 등 경제지표에 대한 전망이 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렇게 되면 한국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시 예측한 각종 경제지표 예측치가 벌써부터 맞지 않고 있다”며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이 잉크도 마르기 전에 퇴색될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상 경제운용 방향이라도 나와야 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