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살생부' 긴장
지역의사회별로 처방의약품 목록 작성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의사단체가 처방의약품 선정에서 특정 제약업체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제약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처방리스트에서 제외될 경우 매출액이 급격히 줄어드는 등 영업에 커다란 타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의사협회가 최근 시ㆍ도 의사회에 처방의약품 선정지침을 시달하면서 약국의 불법진료나 임의조제를 부추긴 제약사에 대해 품목선정에서 신중을 기하도록 권고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제약업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의사협회는 이 달 초 열린 의약분업 평가단 회의에서 몇몇 제약사를 지목해 이들이 분업정신에 위배된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일정한 수준의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협회의 '살생부'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한 제약사는 피부염 치료제를 여성잡지에 광고하면서 약사와 상담토록 권장한 뒤 전문 약사 이름과 전화번호, 약국이름을 소개하는 등 의사의 고유 권한인 진료권을 침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제약사의 경우 의약품 반품문제와 관련해 납품가격이 아닌 기준 약가로 반품 받겠다고 해서 의사들과 마찰을 빚었다. 아울러 전문약에서 일반약으로 분류된 의약품을 대대적으로 광고한 한 제약사도 분류과정에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의사 진료권을 침해하는 영업활동을 벌인 제약사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는 구체적 논의가 있었거나 방침이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다만 해당 제약사와는 오해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사과 받는 등 문제가 일단락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약사 관계자는 "의사들이 약 선택권을 무기로 감정에 치우친 결정을 내려서는 안될 것"이라면서도 "소문이 무성한 만큼 제약업계가 긴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임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