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사랑 남달랐던 교황

84년 訪韓앞두고 한국어 학습열중<BR>신도들과 손잡고 '아리랑' 부르기도

“순교자의 땅, 순교자의 땅.” 지난 84년 5월3일 한국을 처음 방문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바닥에 엎드려 땅에 입을 맞췄다. 4박5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가장 소외돼 있는 형제 자매를 만나기 위해 소록도를 찾아 환자들을 위로했고 광주를 방문해 민주화운동 희생자의 넋을 기렸다. 89년 10월 세계성체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다시 찾았을 때는 미사가 끝난 뒤 한국 사람들과 함께 ‘아리랑’을 부르기도 했다. 교황이 서거한 3일, 생전에 그의 한국어 공부를 도왔던 장익(춘천교구장) 천주교 주교회 총무는 교황의 남달랐던 한국 사랑을 들려주며 눈시울을 붉혔다. 장 주교는 이날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 성신교정 본관에서 열린 교황 서거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교황께서 84년 한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우리말을 배우시겠다고 해서 40여차례나 한국어 공부를 시켜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정이 워낙 바쁘셨는데도 나를 5분 이상 기다리게 한 적이 없고 놀랄 정도로 진지하게 공부에 임하셨다”며 “미사를 17차례나 올리면서 한국말을 연습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장 주교는 “교황께서 ‘한국에서 모든 말을 한국말로 해야겠다’고 말씀하셔서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무리’라고 대답하자 ‘중간에 하다 못하더라도 하는 데까지는 해봐야 되지 않겠느냐. 어떻게 한국에 가서 다른 나라 말을 하겠는가’ 하고 반문하셨다”며 교황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렇게 한국어 공부에 열심이었던 교황은 첫 방한에서 한국인들에게 잊을 수 없는 한마디를 한국말로 남겼다. “벗이 있어 먼 데서 찾아오면 이 또한 기쁨이 아닌가.” 그는 생전 우리의 진정한 벗이 되기를 원했고 결국 영원한 벗으로 우리 곁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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