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LGㆍSKㆍ현대차 등 4대그룹들이 내년에도 인건비를 축소ㆍ동결키로 한 것은 환율하락ㆍ유가급등ㆍ내수침체 등으로 경기전망을 자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요 그룹들은 이에 따라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면서 강도높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들은 반면 미래 경쟁력을 위해 R&D투자는 대폭 늘리기로 했다.
이는 “전쟁터나 다름없는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략사업에 투자를 아낄 수 없다(삼성 구조본 관계자)”는 절박한 상황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인력 구조조정 급물살 탈 듯= 4대그룹 대부분이 내년사업계획에서 인건비 와 인력 운영규모의 전체 한도를 제한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있다. 여차직하면 초대형 `인력구조조정 태풍`이 휘몰아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2004년도 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경영전망 자료`에서 나타난 인력관리 기준은 크게 신규ㆍ전략 사업엔 인력을 강화하되 여타 사업부문에선 줄이겠다는 점과 총 인건비는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가져가겠다는 점이다. 단순 수치상으로 보면 핵심인력 및 주력사업부문에는 `당근`을 충분히 주지만 그렇지 않은 부문에선 `자체 워크아웃`을 진행하겠다는 말이다. 삼성은 실제로 현재 20% 정도인 동일직급내 연봉 격차를 내년에는 더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사정은 LG, 현대차, SK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파악됐다. LG전자의 경우 내년 일년동안 자진 퇴사 형식을 동원해 5%가량의 인력을 감원한다는 내부방침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최근 KT는 노사합의를 통해 5,000명을 감원했고, 대한항공도 올해 200명을 회사에서 내보냈다.
◇R&D투자는 생존위한 선택=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한 관계자는 “핵심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세계시장에서 영원히 낙오하고 말 것”이라며 최근의 상황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을 전달했다. 4대그룹들이 자린고비 경영을 하면서도 R&D 부문에는 아낌없이 돈을 쓰겠다고 나선 이유다.
LG가 지난주 `전자부문 사업ㆍ기술 전략회의`를 갖고 내년에 총 2조1,0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쏟아 붓겠다고 결정한 것도 생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LG가 전체 투자금액의 절반가량인 1조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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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단말기 등`4대 승부사업`에 투입하겠다고 한 것이 단적이 예다.
재계 전문가들은 “경영환경이 어떻게 전개될 지 도저히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믿을 것은 기술력뿐이란 점을 뼈저리게 느끼는 모습”이라며 “LG의 경우 기존에 경쟁우위를 갖고 있는 부문에서 보다 강력한 시장 리더십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내다봤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