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배당확대 유도 정책과 맞물려 최근 현금배당을 늘리는 국내 상장사들도 점차 증가하면서 연초부터 배당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거래소가 상장사들의 배당확대를 위해 지난해 10월 말 야심 차게 선보인 배당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의 실제 배당 성과는 어땠을까. 지수 편입 종목 가운데 실적과 배당 정책이 발표된 코스피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과거 고배당을 유지해온 배당수익형인 '고배당지수'보다 배당 증대의 잠재력이 높은 배당성장형인 '배당성장지수' 편입 종목의 배당 확대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장기투자 관점에서 배당주의 비중을 늘리려는 투자자라면 최근 수년간의 배당성과보다는 높은 현금 유보율을 바탕으로 배당확대가 기대되는 종목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앤에 따르면 코스피 배당성장50지수에 편입된 종목 50개 가운데 전년도 실적과 배당 정책이 발표된 기업 11곳을 조사한 결과 2014년 기준 배당수익률이 전년 대비 증가한 곳은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 등 8곳에 달했다. 또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을 뜻하는 배당성향이 늘어난 곳은 7개 종목이었다.
먼저 삼성전자의 경우 배당수익률이 2013년 1.04%에서 1.51%로 늘었으며 같은 기간 배당성향은 7.23%에서 13%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현대차의 배당수익률은 0.82%에서 1.78%로 상승했고 배당성향도 6.26%에서 11.12%로 크게 올랐다. LG화학(051910)과 현대차그룹 계열의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 역시 배당수익률과 배당성향 모두 전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이 밖에 LG생활건강과 삼화페인트는 주가상승으로 배당수익률은 소폭 감소한 대신 배당성향이 뛰었고 에스원과 SKC는 배당성향은 감소했지만 주가하락으로 배당수익률은 늘어났다.
이에 반해 코스피 고배당50지수에 편입된 50개 종목 중 지난해 실적과 배당 정책을 모두 발표한 기업 7곳을 조사한 결과 배당수익률이 높아진 곳은 율촌화학(008730)과 KT&G 등 단 2곳에 불과했다. 배당수익률과 배당성향이 모두 증가한 율촌화학의 경우 실적악화에도 배당금 총액이 순이익을 넘어서면서 배당성향이 45.11%에서 무려 136.99%로 급상승했다. 케이비캐피탈(021960)은 배당수익률은 줄었지만 배당성향이 25.4%에서 29.63%로 높아졌다.
코스피 고배당지수에 소속된 종목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의 대형주에 해당하는 SK이노베이션(096770)은 37년 만의 영업적자로 34년 만에 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으며 SK텔레콤(017670)은 배당수익률과 배당성향 모두 줄었다. 또 34년 만에 영업적자로 돌아선 S-OIL도 배당수준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코스피 고배당지수는 처음 도입된 지난해 10월27일 대비 5.3%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 배당성장지수는 1.2% 상승했다.
두 지수의 온도 차가 큰 데는 지수의 구성 종목 차이와 더불어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상호 한국거래소 인덱스관리팀장은 "최근 수년간 주가에 비해 배당수익률이 높은 우량 중소형 종목으로 구성된 고배당지수에 속한 기업들은 배당을 크게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반면 주가 대비 배당수준은 높지 않지만 풍부한 현금 보유력을 갖춘 중대형 종목 중심의 배당성장지수 소속 기업은 배당확대 여력도 충분한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과도 맞물리면서 잠재력이 표출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금 유보율은 높지만 주가 대비 배당수준이 높지 않은 중대형 종목들이 정부 정책 효과에 힘입어 배당증대로 가시화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대형 배당성장주 중심으로 장기 자본이득과 배당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배당성장지수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5년 연속 당기순이익 흑자와 7년 연속 배당 실시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만큼 재무구조가 튼튼하고 현금보유 여력이 클 수밖에 없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배당성장주들이 일제히 배당을 늘린 것은 정부 정책에 화답하는 측면도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풍부한 자금을 토대로 그만큼 배당확대의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