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달러 대체 안전자산 부각… 영국도 '보유외환에 편입'

■ 탄력붙은 위안화 국제화

런던 등 유럽 금융 중심지에 위안화 청산결제은행도 설립

中 금융시스템 준비 등 부족… 기축통화까진 아직 갈길 멀어


세계가 위안화에 손을 내밀고 있다. 세계 2위 경제력이 뒷받침된 위안화는 달러와 엔을 대체할 수 있는 안전자산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런던·프랑크푸르트·파리 등 유럽의 금융 중심지에 속속 위안화 청산결제은행 설립이 결정된 데 이어 유럽중앙은행(ECB)이 외환보유액에 위안화를 편입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위안화의 위상이 얼마만큼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중국 정부의 금융개방과 개혁정책은 규제에 묶였던 위안화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ECB는 장기적으로 볼 때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도약, 국제통화체제를 다극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영국도 편입 기정사실화=전세계 무역의 12%를 차지하는 중국 경제력과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한 중국의 소비력은 위안화를 달러화를 대신할 안전자산으로 변화시켰다.

세계 각국도 여기에 호응하고 있다. 최근 영국은 중국을 제외한 국가로는 처음 위안화 표시 국채 발행을 결정하고 런던에서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영국 재정부가 위안화 표시 국채로 조달한 자금을 영국의 외환보유액 재정 지원에 사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위안화가 영국의 외환보유액에 편입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영국은 이제까지 달러화·유로화·엔화, 그리고 캐나다 달러 정도만 외환보유액에 포함시켰다.


신흥국들의 위안화 외환보유액 편입도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공식적으로 외환보유액에 위안화를 포함시킨 나라는 러시아·말레이시아·나이지리아 등이다. 이 중 나이지리아는 외환보유액 중 위안화의 비중을 1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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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킷에 위안화를 포함시키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SDR는 IMF의 준비통화로 위안화가 SDR 바스킷 화폐가 된다면 위안화가 국제시장에서 광범위하게 통용될 수 있다. 현재 SDR 바스킷 통화를 구성하는 화폐는 달러화,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등 4종류뿐이다.

◇중국정부 위안화 드라이브=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라는 목표 아래 2003년 홍콩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대만·마카오·싱가포르 등 4곳에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을 지정했다. 올해는 지난 7월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중국교통은행 서울지점을 추가시키는 등 위안화 국제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럽에도 위안화 국제화의 전초기지가 속속 설립된다. 6월 중국건설은행 런던지점과 중국은행 프랑크푸르트 지점을 지정한 데 이어 9월에는 공상은행 룩셈부르크 지점과 중국은행 파리 지점을 각각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으로 지정하며 유럽 내 위안화 거래 확대에 나섰다. 여기에다 지난해에는 ECB와 통화스와프를 통해 유로존 내 위안화의 직거래의 발판을 만들었다.

중국 정부의 위안화 국제화 추진 후 SC은행이 산출하는 위안화 글로벌지수(RGI·2010년 말 100 기준)는 2011년 말 498, 2012년 말 748, 2014년 말 1,364, 지난 6월 말 1,888로 급증했다. 지수가 4년 6개월 만에 18배나 뛰었다. 조지 마리스칼 UBS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글로벌 경제에서 유로화의 펀더멘털이 약화하는 가운데 위안화 점유율이 점차 높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기축통화는 갈 길 멀어=위안화가 향후 달러·유로화에 이어 글로벌 3대 통화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하지만 그 시기에 대해서는 이견이 여전하다. 미국 주도의 금융 시스템에서 위안화가 달러화를 대신하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12일 IMF 총회에서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전세계 보유외환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위상을 위안화가 넘보는 것은 아직까지 요원한 일"이라고 말하며 위안화 국제화는 10년 더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 지금은 초기 단계라고 지적했다.

중국 내 금융 시스템의 준비도 아직은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아직 주식시장 및 해외투자에 대한 자본계정 개방 정도가 미흡하고 환율결정에서 정부의 입김이 세다는 점은 위안화 국제화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제프리 플랭클 하버드대 교수는 "중국 내 자본시장과 금융개혁이 위안화 국제화의 속도를 결정할 것"이라며 "중국 경제 규모가 커지고 위안화의 사용이 확대된다고 해서 위안화의 국제화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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