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대한민국은 아팠다. 경기침체의 어려움 속에 우리 사회는 양극화됐고 일자리를 잃은 가족은 해체되고 학교폭력의 검은 구름 속에 학생들은 삶을 등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사회ㆍ문화ㆍ예술계 인사 101명이 뽑은 2012년 키워드는 바로 '멘붕(멘탈붕괴)', 삶이 어려워 도피하고자 했지만 현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우리를 '레미제라블(불행한 사람들)'이라고 전문가들은 칭했다. 이러한 일상의 고단함은 '치유(힐링)'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져 다양한 형태의 치유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한 해였다.
문화예술교육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벗어나 있지 않았다.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을 통해서는 초중고생들이 자기의 감정을 예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했고 매주 토요일 학교 밖 문화공간에서 이뤄진 토요문화학교 사업을 통해서는 가족 간의 소통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고등학교 3학년과 20대 청년, 직장인 등 앞으로의 진로와 삶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문화예술 명예교사'로 참여하는 저명 문화예술인이 멘토로 나서기도 했다. 현장의 반응과 효과도 일정 정도 가시적으로 나타났다.
가정 내 불화로 입을 굳게 다문 아이가 연극 무대경험을 통해 말문이 트이기도 했고 학교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 아이들이 함께 왕따 문제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어 보면서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는 경험을 갖기도 했다.
2013년, 아직도 한국 사회는 치유를 원한다. 그렇다면 문화예술교육도 개인을, 가족을 향한 치유성 프로그램을 더 확대해야 할까. 우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외에도 많은 공공ㆍ민간단체들도 유사한 성격의 프로그램을 운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치유에 대한 욕구는 왜 사그라지지 않는 것일까. 답은 명확하다. 개인과 개별 가족단위의 치유에만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 조차도 어떤 이들에게는 소중한 기회가 되겠지만 사실 공동체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 없이 개인에만 머물러 있는 치유란 소모적이다. 잠깐의 위로와 용기를 얻고 다시 사회로 나가 경쟁에 몰두하면서 기운이 고갈되면 다시 치유를 갈망하는 반복이 꼬리를 물게 된다.
진흥원은 올해 문화예술교육 정책사업을 실행함에 있어 공동체 전체를 바라는 시각을 가지려고 한다. '2013 문화예술 트렌드 분석 및 전망'에서 밝힌 2013년의 10대 트렌드에서도 '공동체와 예술, 함께 길을 찾다'를 우선 제시하며 지역이나 공간 중심으로 시민과 예술가가 함께 하는 다양한 프로젝트의 사례를 들고 있다. 이미 '문화예술'과 '공동체'는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도 그 접점을 만들어가는 하나의 매개가 될 것이다.
2013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전체 초중고등학교의 60% 이상에 예술강사를 지원하고 학교 밖 토요문화학교도 12년 151개에서 13년 550여 프로그램으로 대폭 확대해 실행한다. 사회문화예술교육 사업의 경우에도 아동ㆍ노인ㆍ장애인복지관 중 예술강사 파견요청 수요가 있는 기관의 상당 부분을 지원하게 된다. 지역 단위 문화예술교육도 프로그램 지원부터 거점공간 지원까지 다각적으로 추진하고 산업단지와 군ㆍ소년원학교 및 교정시설 등 특정 커뮤니티 대상의 문화예술교육도 지속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올해의 문화예술교육 정책사업의 키워드를 공동체에 두겠다고 한 말은 이렇게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사업 중 지역단위를 기반으로 하는 특정 사업에 보다 주력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전반적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공동의 체험을 기반으로 형성된 인지적 정서적 가치의 공유"라는 지향점을 담아 운영하겠다는 뜻이다. 갈등사회의 치유와 건강한 공동체 회복을 위해서는 구성원들 간의 신뢰관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공감적 소통능력은 신뢰관계 형성에 가장 필요한 요인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공감적 소통능력은 공동의 창작체험 경험을 통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진흥원은 현장에서 실행될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기저에 이러한 지향점을 두고자 한다. 이를 통해서 문화예술교육이 사회 공동체 전체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해 모두가 위로 받고 하나가 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