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씩씩하게 싸울수가 없다

제5보(70~92)


백대마의 목덜미에 칼이 들어왔다. 위급한 상황이므로 속수니 뭐니 따질 여유가 없다. 최철한은 백70 이하 74로 부지런히 안형을 만든다. 하긴 다른 도리가 없는 형편이다. 씩씩하게 싸우자면 참고도1의 백1 이하 5로 몰아쳐야 마땅하지만 그게 잘 안된다. 흑6으로 고개를 쏘옥 내미는 순간 분단된 오른쪽 백 5점이 거의 절명하게 되는 것이다. 그럭저럭 백의 미생마가 수습되긴 했지만 흑은 75,83의 요충을 점령했다. 전반적으로 흑의 두터움이 백의 실리를 압도하고 있다. 백84는 강수. 흑87은 정수. 흑89는 현명한 수. 백92가 의외였다. “성립되나요? 성립된다면 백의 대성공이지만….” 김수장9단이 백92를 보자 고개를 갸웃했다. 이때는 검토실이 고수들로 빼곡했다. 언제나 무료로 해설을 맡아 주는 서봉수9단과 루이 9단도 들어와 있었다. “과수일 거야.” 서봉수9단의 말이다. 참고도2의 백1로 그냥 이을 자리였다고 한다. 흑2면 그때 3으로 후퇴하고 4로 넘을 때 5로 연결하는 것이 백의 최선이었다. 백92는 만용이었다. 그러나 바둑이라는 것이 묘해서 만용이 좋은 수로 둔갑을 하는 수가 종종 있다. 구리는 수 잘 읽기로 소문난 최철한의 이 강수에 놀라 10분간 고민하더니 일대 망발을 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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