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재영의 남성학] 세시풍속과 여성의 성

대보름날 다리밟기는 간접섹스

서양에서는 보름달이 뜨면 늑대의 울음소리와 함께 악마가 나타나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 권에서는 보름달을 풍요의 상징으로 여긴다. 그런 점에서 보름의 의미는 동양과 서양은 하늘과 땅 차이 만큼이나 다르다. 동양 권에서 보름달을 풍요의 상징으로 여기는 것은 달은 여성이며 보름은 여성의 생식능력이 가장 왕성한 날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여인네들은 아이를 갖기 위해 달의 정기를 받는 풍습까지 있었다. 이러한 보름달 문화의 대표적인 유산 중의 하나는 정월 대보름날 다리 밟기를 들 수 있다. 자기 나이만큼 다리를 밟으면 모든 액운이 없어진다는 세시풍습의 하나인데 고려시대부터 전해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시대에 따라 다리 밟기가 남녀간의 불미스러운 일을 발생시켜 금지시켰다는 기록이 자주 등장해 눈길을 끈다. 연중 집안에만 갇혀있던 부녀자들이 야심한 밤에 다리 밟기를 하는 중 살짝 빠져 나와 요즘 말로하면 번개팅을 즐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인들의 다리 밟기가 벌어지면 뭇 사내들은 기회를 엿보느라 주변을 어슬렁거렸다고 한다. 사실 다리 밟기를 통해 여성들에게 하루 동안의 자유를 주었던 것은 억압된 성, 해갈되지 못한 성욕을 풀어주려는 남성들의 어쩔 수 없는 배려였는지도 모른다. 달의 정기가 가득한 보름 밤은 여성들의 성욕이 절정에 있음을 뜻하는데 이들이 다리를 건너는 것은 곧 간접 섹스였기 때문이다. 다리(脚)는 남성의 심벌을 뜻한다. 성욕에 가득한 여인의 욕구를 실제 행위로 풀어 줄 수 없으므로 다리를 밟는 간접적인 행위로 욕구를 풀라는 묵시적 양해였다. 하지만 간혹 간접 행위로는 성이 차지 않았던 여인들 중에는 대열을 빠져 나와 외간 남자와 ‘묻지마 번개팅’을 즐겼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은 충분히 해볼 수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청춘 남녀의 마음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시풍습에도 남녀의 성은 영원한 딜레마로 숨겨져 있다. 그런 점에서 강한 남성이 되기 위해서는 강한 다리, 즉 강한 심벌을 만드는 일이 남성들에게는 영원한 숙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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