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개인채무자회생, 법보다 일자리에 달렸다

개인채무자 회생법이 2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빠르면 9월부터 신용불량의 늪에서 구제 받을 길이 열리게 될 전망이다. 당초 신용정보업법 개정안과 중소기업인력지원 특별법 등 신용불량자 구제 3법이 추진되다가 개인채무자 회생법만 어렵사리 입법되었는데, 그동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온 개인워크아웃제도를 보완한 것이다. 개인워크아웃과 비교해 보면 개인채무자 회생법은 여러 면에서 채무자에 유리하다. 우선 대상 채무액이 개인워크아웃은 금융기관채무 3억원이하인데 비해 개인채무회생법은 무담보채권 10억원과 담보채권 5억원 이하로 훨씬 늘어났고 금융기관뿐 아니라 개인채무까지 포함됐기 때문이다. 또 법원이 인가한 계획대로 변제가 마무리되면 잔여채무에 대해 면책 받을 수 있어 채무변제에 시달려온 신용불량자의 환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원이 인가하는 개인회생제도는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 제도에 비해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적용 대상이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급여나 영업소득이 있는 직장인과 자영업자 등에 한정되고, 채권자의 이의신청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없는 신용불량자가 많을 뿐더러 고액의 채무자들은 파산을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기도 하다. 또한 개인회생제도를 실시하더라도 신용회복 프로그램의 필요악인 도덕적 해이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다. 갚을 수 있는 빚만 갚고 나머지를 법원이 탕감해준다면 재산을 빼돌린 뒤 고의적으로 개인회생절차를 신청하는 채무자가 나타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변제예정액이 파산 때보다 많으면 채권자의 이의가 있어도 법원이 변제계획을 인가할 수 있고, 파산배당액 보다 많이 갚았을 경우 변제가 중단되더라도 채무자에게 귀책사유가 없으면 법원은 잔여채무를 면제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파산을 염두에 두고 재산을 미리 빼돌린 상태에서 개인회생절차를 신청하는 경우 법원이 일일이 검증하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다. 법원이 개인회생절차 인가와 채무면제 등을 처리할 때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채무자 선정도 공정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개인회생제도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취업 기피자들에게 근로를 요구할 수 있는 부분적인 강제력도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무엇보다 도덕적 해이를 막지 못하는 개인회생제도는 파산자만 양산하는 총선용 채무 탕감책에 지나지 않으며 금융기관의 부실만 가중시킬 것이다. <송영규기자 sk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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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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