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치솟는 국제유가… 이슬람금융도 뜬다

자산규모 향후 5∼7년안에 1조弗 돌파 전망<br>서브프라임 위기 처한 美·유럽銀 '구원 손길'<br>세계각국도 자금유치 적극 나서 위상 급상승




[글로벌 포커스] 치솟는 국제유가… 이슬람금융도 뜬다 자산규모 향후 5∼7년안에 1조弗 돌파 전망서브프라임 위기 처한 美·유럽銀 '구원 손길'세계각국도 자금유치 적극 나서 위상 급상승 김승연기자 bloom@sed.co.kr 1973년 1차 오일쇼크때만 해도 중동 산유국들은 알라의 교시에 따라 이자를 불리는 금융 활동을 사악한 행동이라고 믿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년동안 화폐 발행을 중단하고 금을 통화 수단으로 통용했다. 하지만 알라의 축복으로 이슬람 국가에 오일달러가 넘치면서 그들도 돈을 굴리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억 달러를 향해 고공행진하면서 이슬람 금융도 급팽창하고 있다. 이슬람 국가들은 종교이념의 제한을 피해 이윤을 추구하는 영미식 금융기법을 도입하고, 대규모의 자본을 서방 국가에 투자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부실의 늪에 빠져 있는 미국과 유럽의 은행들을 구제했다. 한때 미국 최대은행으로 뉴욕 월가를 상징하던 씨티그룹도 중동국가에 손을 내밀어 구제를 받았다.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에 따르면 이슬람 금융은 자산기준으로 지난 수년간 평균 10%이상 성장했다. 무디스사는 지난 2000년 1,400억달러에 불과했던 이슬람 금융자산이 앞으로 5~7년안에 1조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쿠크(이슬람 채권)는 2007년에 340억달러 이상 발행됐으며 2006년 기준 세계 50개국 총 271개 기관에 의해 운용되고 있다. 이슬람 금융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 미국 채권시장의 규모가 12조7,000억달러인 것과 비교해 이슬람 금융시장은 5,000억달러에 불과하다. 수쿠크에 투자하는 관련 펀드까지 합하면 실질 이슬람 금융 자산은 8,000억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된다. 말레이시아ㆍ인도네시아등 개발도상에 있는 이슬람 국가들은 그들의 벗인 산유국 자본의 힘을 빌어 수쿠크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라지프 압드 카디르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는 “수쿠크를 인수한 외국인 투자자에 원천징수세를 면제해주고 거래세를 없애는 등 발행 절차를 간소화했다”며 이슬람 채권 투자의 활성화 방침을 밝혔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수쿠크 판매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올해 안에 7조5,000억 루피아(약 8억달러) 상당의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이슬람 금융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따라 화폐의 불로소득인 리바(이자)를 기생적 행위이자 부당이득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고정이자 및 확정부금리를 금융에 도입할 수 없으며 채권자는 사업 파트너로서 자금투자에 대한 일정수익을 배분 받는다. 수쿠크 발행자는 부채를 파는 대신 자산의 일부를 팔아 그 수익을 수쿠크를 매입한 투자자와 나눈다는 개념이다. 역설적으로 이같이 엄격히 제한된 이슬람 금융의 특성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끄는 원인이다. 이슬람 금융은 제로금리 상품이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보다 저렴한 자금으로 투자하고 투자 대가로 자산의 일부를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슬람 금융의 부상은 최근 1년 사이 80%나 오른 고유가를 배경으로 중동 산유국들의 오일머니가 전 세계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잡은 것과 맞물린다. 중동 국가들은 넘치는 오일머니를 국가 기간산업 및 에너지ㆍ부동산 관련 투자에 뿌리면서 이를 유치하려는 세계 각국의 기업들의 이슬람 금융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또 이들의 오일머니가 매머드급 국부펀드를 만들어 선진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자 이슬람 금융의 위상도 급상승하고 있다. 따라서 이슬람 금융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를 풀거나 법을 개정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영국에서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이슬람 금융 면허를 내줬다. 영국은 모기지와 이슬람식 주택대출을 한 주택구매자들에 대해 이중과세를 폐지했고 얼마전 2012년 개최되는 런던 하계올림픽 예산자금 일부를 수쿠크로 발행해 조달했다. 지난달 말 기준 런던증권거래소(LSE)에 등록된 수쿠크 발행액은 110억달러를 웃돈다. 미국은 2006년 텍사스 자원개발회사인 이스트 카메론이 레바논 증권사 BSEC를 통해 수쿠크를 발행했지만 9ㆍ11 테러사건 이후 이슬람권에 대한 반감이 있는 만큼 금융 도입을 꺼리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이슬람 금융에 가장 적극적이다. 일본은 선진7개국(G7) 국가들 중 가장 먼저 이슬람 국채발행을 추진 중이며 스미토모화학ㆍ미쯔이물산ㆍ미쓰이스미토모은행 등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발전ㆍ조수사업 등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참여해 이슬람 금융을 활용한 자금조달에 나섰다. 인도와 파키스탄도 중동 인프라 전문 금융기관 등과 협력해 수쿠크 발행을 늘리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동아시아 금융허브 계획의 일환으로 수쿠크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9ㆍ11 사태 이후 미국 금융시장에서 대거 이탈한 중동 부호들의 자금 2,000억달러를 끌어들였다. 마크 토 푸르덴셜 펀드 말레이시아 지사장은 “말레이시아와 런던의 수쿠크 시장이 세계 다른 국가들에 이슬람 금융시장 확대의 선례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슬람 금융이 전 세계 13억 이슬람 신도들의 경제활동을 이끌고 있지만 현대 자본시장의 생리와 상충되는 샤리아의 율법은 수쿠크 시장의 잠재적 가능성을 저해하고 발전을 정체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수쿠크 매매시장이 유아기 수준이어서 수쿠크의 유동화 진행이 더디다는 평가다. 또 샤리아의 금융 율법이 워낙 난해한데다 언어 장벽의 문제가 겹쳐 이슬람 금융의 전문인력이 적은 것도 문제다. 미국 대형은행들이 기존 시장에서 활동하는 극히 소수의 전문가들만 영입하려 하는 것도 이슬람 금융발전의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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