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건희 회장의 '창조 경영'] <3부-2> 움직이는 시장 찾아라

CIS시장 차별적 접근 '적중'<br>중앙亞-이머징마켓,러시아-성장시장,발틱 3국-선진시장<br>러 모라토리움때 남들보다 앞서 시장 선점<br>2000년 이후 매출 해마다 2배이상 늘어<br>'삼성 가전제품' 소니·HP보다 비싸게 팔려


모스크바의 아르바트가에 걸려 있는 삼성전자 보르도TV의 대형 광고판.



[이건희 회장의 '창조 경영'] 움직이는 시장 찾아라 CIS시장 차별적 접근 '적중'중앙亞-이머징마켓,러시아-성장시장,발틱 3국-선진시장러 모라토리움때 남들보다 앞서 시장 선점 모스크바=김현수 기자 hskim@sed.co.kr 모스크바의 아르바트가에 걸려 있는 삼성전자 보르도TV의 대형 광고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출근길은 모스크바 도심 교통을 마비시킨다. 아이러니 하게도 교통지옥은 삼성ㆍLG등 국내 기업에게는 브랜드 마케팅의 황금 같은 기회를 제공한다. 푸틴 대통령은 출근길에 크레믈린 궁 옆 LG 다리를 지나 도착한 집무실에서 창 밖으로 레닌도서관 위에 있는 삼성과 만나게 된다. 매일 아침 삼성과 LG 브랜드를 접하는 셈이다. 교통지옥 모스크바 도로에는 중앙 1개 차선이 비어있다. 두마(Dumaㆍ러시아하원) 의원 등 고위 관료들이 이용하라고 남겨둔 것이다. 10년전 모라토리움(국가부도)은 옛말이다. 교통지옥을 탄생시킬 만큼 승용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가계의 소비수준은 이미 1만달러를 넘어섰다. 모스크바는 객관적으로는 아직 성장시장으로 평가되지만 겉모습만 보면 이미 선진시장으로 진입한 듯하다. 글로벌 시장은 계속 움직인다. 이머징마켓에서 성장시장으로 다시 선진시장으로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창조적인 시장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원국 삼성전자 CIS총괄 전무는 “새로운 시장은 새로운 눈으로 봐야 한다”며 “남들보다 한발 앞서 시장에 대한 판단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98년 8월16일 러시아의 모라토리움은 삼성전자에게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안겨줬다. 당시 삼성전자 법인장이었던 이돈주 상무는 “12회까지 하는 복싱경기에서 6회 이후 불이 꺼진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모라토리움 이후 삼성전자가 내놓은 전략은 시장의 융합(Fusion). 단순하게 러시아 등 CIS 시장을 이머징 마켓으로 보던 시각을 바꿔 이머징마켓(중앙아시아)ㆍ성장시장(러시아)ㆍ선진시장(발틱3국)으로 구분하는 등 변하고 있는 시장의 흐름을 먼저 읽은 것이다. 조 전무는 “변화에 적응하기 보다는 변화를 이끌었다는 것이 주효했다”며 “삼성전자는 CIS내에 매출 및 수익률에서 최고의 자리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프리미엄 전략=모스크바의 ‘용산전자’로 불리는 가르보쉬카 거리. 소니ㆍ필립스ㆍ에이서ㆍHP 등 글로벌 전자 브랜드들이 각축을 벌이는 곳이다. 이곳 3층 전자매장 엘도라도(Eldorado)매장 전시된 제품군별로 삼성전자가 유독 눈길을 끈다. 맨 앞줄에 전시돼 있을뿐만 아니라 가격도 똑 같은 제품이지만 10~15% 정도 비싸다. 실제 삼성전자의 울트라에디션의 경우 1만루블(400달러)를 넘는 가격 이지만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엘도라도의 매니저인 야시노프 드미디히는 “삼성전자의 제품은 모스크바에서 다른 전자 업체들의 제품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다”며 “비싸도 잘 팔리는 건 그만큼 품질을 믿을 수 있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삼성전자 CIS 총괄의 프리미엄 전략은 ‘유기체적인 창조력’을 실천에 옮긴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CIS 시장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단순하게 ‘고가 제품’ 판매에 두고 있지 않다. 제품 섹터별로 가장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다. 경쟁사대비 평균 판매단가인 API는 휴대폰의 경우 120%를 넘고 있다. 이미 선진시장에 진입한 발틱 3국도 마찬가지. 통상 글로벌 브랜드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선진시장에서 API가 100%을 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110%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임선홍 삼성전자 CIS총괄 마케팅팀장(상무)은 “시장에 적응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항상 경쟁사보다 한발 앞선 제품을 선보여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돼야 한다”며 “CIS내 시장들에 대한 접근은 적응과 창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 떠오르는 큰손 '노비예 루스키예(新러시안)' 국영기업 민영화때 '떼돈' 235억 파나마섬 구매등 씀씀이 상상초월할 정도 삼성등 신흥부자잡기 활발 '노비예 루스키예(신 러시안) 올리가르히(신 부유층)' 서울의 인사동과 종로를 섞어놓은 듯한 모스크바 '아르바트'거리. 고려인 락 가수 빅토르 최의 벽으로도 유명한 아르바트 거리에는 삼성전자 보르도의 대형 광고판이 걸려 있다. 현지 제품명은 'R7 art'. R7 art는 러시아에서도 빅히트를 치고 있다. 똑 같은 크기의 경쟁사 LCD TV에 비해 15%정도 비싼 가격이지만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아르바트 거리에서 러시아 전통인형 마뜨로쉬카(Matryoshka) 가게를 하는 알렉산드로 코노마로프씨는 "지난 주 R7 art를 4대나 구입했다"며 "가격이 좀 비싸지만 디자인이나 품질에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급팽창하는 경제 덕분에 모스크바는 국내 기업들에게 특별한 시장이 되고 있다. 소비수준만 놓고 본다면 이곳은 이미 프리미엄 시장으로 올라섰다. 모스크바의 소비문화를 이끄는 계층은 구 소련 붕괴후 국영기업의 민영화 과정에서 떼돈을 번 노비예 루스키예(신 러시안)와 올리가르히(신 부유층). 이 들의 씀씀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 지난 10월말 모스크바에서 열린 백만장자 박람회에는 4만명의 러시아 갑부들이 7,200억원을 거래하기도 했다. 거래 품목도 4,200만원짜리 향수, 17억원의 부가티 스포츠카, 19억원의 소형헬리콥터에서 235억원의 파나마 섬까지 망라돼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다. 임선홍 삼성전자 상무는 "러시아의 소비문화는 자기과시욕이 강한 편"이라며 "신흥부자들이 소비문화를 이끌어간다는 측면에서 보면 최고급 제품이 히트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성장시장"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특별한 시장에 어울리는 특별한 공간을 마련하고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지난 9월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다시 오픈한 '갤러리 삼성'. 모스크바의 심장인 크레믈린 궁에서 200~300m 떨어진 모스크바 최대 번화가인 트베르스카야에 위치한 갤러리 삼성은 러시아는 물론 CIS내 최고의 디지털 체험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3년 7월 개장한 이후 지금까지 하루 평균 900명, 3년간 50만명이 다녀간 갤러리 삼성은 리노베이션 이후 모스크바의 신 소비층을 겨냥한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특히 갤러리 삼성에서는 아직 모스크바에는 시기상조인 DMB휴대폰, 블루레이 플레이어, 풀HD TV 등을 선보이며 신 소비층의 눈 높이에 맞추고 있다. 임선홍 상무는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는 시장을 기다리기 보다는 앞서 제품을 선보이고 시험적으로 초기시장이 형성될 때 바로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기술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며 "시장 창출의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은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 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력시간 : 2006/11/2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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