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문학 소년에서 '철의 남자'가 되다

■스탈린, 강철 권력…로버트 서비스 지음. 교양인 펴냄


애초 그의 꿈은 혁명가도 정치인도 아니었다. 1878년 12월6일 그루지야의 소도시 고리에서 술주정뱅이 구두공 아들로 태어난 이오시프 비사리오노비치 주가시빌리는 16살에 신학교에 입학했다. 당시 그는 문학을 꿈꾸는 시인 지망생. 신학교 1학년 때 쓴 그의 시는 신문에 실려 그루지야 문단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문학소년 주가시빌리는 마르크스, 플레하노프, 레닌 등을 읽으며 시와 종교에서 멀어졌다. 주가시빌리가 혁명가의 길에 들어서면서 사용한 가명은 스탈린. 러시아어로 ‘철(stal)의 남자’를 뜻하는 이름이었다. 이름 탓이었을까. 그는 20세기 세계사를 뒤흔든 냉혹한 정치인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러시아 혁명사 연구의 권위자 로버트 서비스 옥스퍼드 대학 교수는 그저 냉혹한 독재자 이미지로 비쳐졌던 스탈린의 모습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혁명가로 나서기 전 그의 학창시절 모습에 꽤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 이유도 바로 그 동안 흔히 알려진 스탈린의 고전적 모습을 깨뜨리기 위해서다. 저자는 그루지야에서 보낸 어린 시절부터 크렘린에서 권력의 정점에 오르기까지 옛 소련 지도자 스탈린의 초상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비교적 완벽한 형태로 재현했다. 저자 로버트 서비스는 러시아 현대사 연구만을 따지면 E. H. 카나 R. W. 데이비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장에 속한다. ‘러시아 혁명’‘20세기 러시아사’ ‘레린 평전’ 등 대부분의 그의 책은 500쪽을 넘길 정도로 방대한 양을 자랑한다. 스탈린에게 그가 할애한 지면의 양은 무려 1,008쪽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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