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인 이틀째 ‘팔자’ 나서 당분간 보수적 전략 유지

종합주가지수가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면서 증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그 동안에는 조정을 보여도 대부분 상승추세는 살아있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제는 추가조정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증시를 짓누르는 악재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이 이틀째 매도세를 이어가면서 외국인에 대한 시각이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추세 전환을 말하기 이르지만 그 동안 보여준 공격적인 매수세는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대대수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당분간 추가 하락을 염두에 두고 보수적인 전략을 마련할 것을 권했다. 또 추가 하락할 경우 60일 이동평균선이 걸쳐있는 760선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19일 종합주가지수는 미국 증시 약세ㆍ대선자금 수사ㆍ카드채 우려 등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치면서 29.27포인트나 떨어진 771.70포인트에 마감했다. 2,600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매도세와 1,100억원을 넘는 외국인의 순매도가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이 4,100여 억원 어치나 사들였지만 흘러내리는 지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외국인, 추세전환인가=대부분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그러나 매수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이견을 다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에서 외국인들의 매수강도가 약화되고 있고 일부에서는 매도세로 전환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이후 계속된 외국인의 순매수는 두 가지 배경으로 설명돼 왔다. 미국 뮤추얼펀드로의 지속적인 자금 유입과 이에 힘입은 `바이 아시아(Buy Asia)`가 그것이다. 이 중 두 번째 근거는 바이 아시아는 최근 외국인이 매매 패턴을 보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평가다. 올들어 외국인이 아시아에서 가장 공격적인 매수에 나선 곳은 타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외국인은 타이증시에서 연일 1,000만달러 이상을 순매도하고 있다. 절대 규모로는 100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서울 증시규모로 보면 매일 1,500억원 이상 파는 셈이다. 우리 증시와 직접 비교되는 타이완 증시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은 지난 주에 순매도를 기록한 데 이어 이번 주 들어서도 이를 유지하고 있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타이 주가가 올들어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올랐으며 타이완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정보기술(IT)주의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며 “결국 크게 오른 데 따른 가격부담이 외국인의 매도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뮤추얼펀드의 자금유입 여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주에는 33억달러가 유입되는 안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상황은 낙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그 동안에는 3ㆍ4분기 기업실적 개선과 경제지표 호전에 힘입어 자금이 유입됐지만 4분기는 3분기 만큼의 모멘텀이 없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관점 유지하며 업종 대표주 저점 매수 고려해야=김영익 대신경제연구소 투자전략실장은 “이 달까지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약화되거나 매도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가적인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요섭 대우증권 연구원도 “경제지표나 새로운 모멘텀 면에서 당분간 증시 분위기를 바꿀만한 게 없는 상황”이라며 “60일 이동평균선이 있는 76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세중 동원증권 연구원은 이보다 좀 더 비관적이다. 그는 “이번 카드사 악재는 금융 시스템의 문제로 해결되기까지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지난 9월 환율 쇼크 이후 증시가 바로 복원된 것처럼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수도 750선 아래까지 내려갈 수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현금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당분간 추가 조정을 염두에 둔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지수가 760선 아래로 밀릴 경우 업종 대표주 위주로 저점 매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기석기자 hank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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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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