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연일 상승하는 것은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를 고스란히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강남 집값에 상당한 거품이 끼어 있고 재건축은 규제가 너무 많아 수익률이 거의 없다는 일부의 지적도 강남 아파트 앞에 늘어선 기나긴 대기수요 앞에서는 설득력을 잃고 있다. 정부는 집값의 이상급등 현상이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론으로 기울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급부족에 내성까지 키웠다=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의 이상급등은 무엇보다 강남 아파트를 찾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가 갖가지 규제로 재건축을 움쭉달싹 못하게 묶어놓자 수년 뒤 강남권 주택공급 부족현상이 심화될 것을 내다본 장기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호가를 부풀려놓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강남불패’에 대한 믿음과 지방선거ㆍ대선 등 정치일정, 규제완화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시중 부동자금의 유입 등 복합적 요인이 맞물려 있다. 정부가 최근 2년여간 십여 차례에 걸쳐 재건축 규제를 내놓고 정책당국간 혼선이 꼬리를 무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규제에 대한 내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풍선효과도 두드러져=문제는 재건축에만 그치지는 않는다. 재건축 규제로 매물이 자취를 감추자 강남권과 목동ㆍ용산 등지의 일반 아파트까지 연일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른바 ‘풍선효과’가 서울 주요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정보협회에 따르면 도곡동 타워팰리스 3차 69평형은 일주일 새 4억원이나 올라 26억원대 시세를 형성했고 목동 신시가지 1단지 45평형도 한 주 만에 2억5,000만가량 급등하며 15억원대를 돌파했다. 도곡동 타워랜드공인의 한 관계자는 “투자목적이 아니라 실제 거주하기 위한 매수자의 발길이 꾸준한 반면 매물은 없고 호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강남권에서는 재건축ㆍ일반 아파트 가릴 것 없이 들썩이는 데 반해 강북권과 신도시ㆍ수도권은 조용하기 이를 데 없다. 지난주 강북 주요 자치구들의 아파트 값 변동률은 0.1%대 이하를 맴돌아 1~1.5%대를 넘나든 강남 지역 자치구들과 큰 대조를 보였다. ◇정부는 아직도 낙관론만=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가격불안 현상이며 곧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낙관론만 펴고 있다. 8ㆍ31 대책의 효과를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한 다주택 보유자들이 여전히 많고 계절적 요인까지 겹쳐 일시적 매물부족 현상이 발생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서울시의 재건축 기본계획이 17일 확정돼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 더해 이달 말 재건축 추가 대책이 발표되면 ‘거품’이 서서히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가격급등은 거래가 뒷받침되지 않은 호가 위주의 상승으로 보인다”며 “8ㆍ31에 따른 세금부담이 현실화되는 오는 6월1일을 기점으로 다주택 보유자와 투자자들의 막연한 기대가 어느 정도 사그라지고 집값은 더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