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고통분담 전주페이퍼 노조, 고통전가 현대중공업 노조

노조 활동도 회사가 존재해야 가능한 법이다. 회사 경영이 어려울수록 노조의 공동체 의식은 그만큼 절실해진다. 고통분담으로 회사 살리기에 앞장선 전주페이퍼 노조의 사례는 노사 일심동체가 무엇인가를 보여줬다. 서울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제지업 침체로 어려움에 처한 전주페이퍼가 최근 180여명의 희망퇴직을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에 남게 된 직원들은 고통분담 차원에서 상여금 200%를 반납해 퇴직자 위로금 재원에 보탰다고 한다. 무엇보다 노조는 회사의 어려운 경영상황을 이해하고 단체협약에 월 급여의 45개월로 정해진 희망퇴직 위로금을 9개월이나 줄이는 데 동의하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회사가 무너지면 직원도 노조도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자칫 정리해고 등 극단적 갈등으로 치달을 수도 있었던 노사 관계가 '제2의 도약' 합창이라는 결실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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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현대중공업 등 귀족노조는 완전 딴판이다. 고통분담은 언감생심이고 고통을 회사와 사회에 전가하는 데 골몰하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측이 힘든 경영사정을 호소하는데도 회사 보유지분을 팔아 임금을 올려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 "사내유보금과 현대자동차 지분 등 보유자산이 충분한데 사정이 어렵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4일 부분파업을 벌이는 등 회사 압박 일정만 빼곡하게 잡아두고 있다. 파업참여자에게 상품권을 주는 데 대한 안팎의 비판도 아랑곳없다. 얼마나 노조원의 호응이 없었으면 상품권 지급이라는 무리수까지 두겠는가.

지난달 26일 파업에는 전체 조합원의 17%가 참여한 게 고작이다. 파업이 실은 일부 노조 집행부의 기득권 지키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실상을 애써 외면한 채 갈등조장에만 매달린다면 귀족노조의 앞날에는 고립과 공멸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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