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12월 30일] 현실로 닥친 마이너스 성장

각종 경제지표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으로 뒷걸음질치면서 마이너스 성장이 현실로 닥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민간 소비지출이 급감하면서 이미 4ㆍ4분기 실질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도 내년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언급함으로써 고통스러운 불황이 생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무엇보다 소비위축이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29일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종합적으로 조사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1(기준 100)로 환란 이후 최악이었다. 중산층은 물론 고소득층까지 씀씀이를 줄일 생각이며, 특히 어지간하면 줄이지 않는 자녀교육비까지도 줄일 생각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하강에 따른 소득감소, 고용불안과 자산가치 하락 등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은 모두 줄이겠다는 심리다. 설비투자도 꽁꽁 얼어붙었다. 설비투자 증가율이 올해 -0.2%에 이어 내년에는 -3.8%로 뒷걸음질쳐 환란 이후 10년 만에 2년 연속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으며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설비투자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와 투자는 내수를 지탱하는 두 축으로 서로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 두 축이 동시에 무너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구조적인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는 얘기다. 소비위축은 판매부진ㆍ재고증가→수익감소→투자축소→고용사정 악화→소득감소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내년 상반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지만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더 어려운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4% 성장을 장담하던 데서 어느새 대통령이 직접 마이너스 성장전망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국내외 경기가 동시에 가라앉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설비투자 위축과 민간 소비감퇴는 당분간 쉽게 회복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난국을 극복하기 위한 민관의 배전이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서둘러 기업 체력을 강화하는 게 시급하겠지만 호황기에 대비해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당국은 설비투자 위축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금융시장 경색을 풀어 기업 자금난 해소에 힘써야 한다.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별적인 각종 규제와 불합리한 세제를 손질해 민간소비를 활성화하는 정책적 노력도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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