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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초저금리 경제학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엔저와 중국의 금리 인하 등으로 우리나라도 금리 인하의 압박을 받고 있다. 1%대까지 진입한 정기예금 금리는 고착화할 것 같다. 초저금리는 우리의 자산관리에 직격탄을 날린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중력이 아주 큰 곳은 시간이 천천히 가는 장면으로 연출했듯이 초저금리 국면에 접어들면 자산 증가속도는 매우 낮아지면서 특이한 현상이 일어난다.

은퇴 후 금융소득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을 예로 들어보자.

매년 1,000만원의 이자소득을 얻어야 할 경우 금리가 5%일 때는 2억원이 있으면 된다. 금리가 4%면 2억5,000만원, 3%면 3억3,000만원, 2%가 되면 5억원이 필요하다.


1% 금리가 되면 무려 10억원이 필요하다. 금리는 1%포인트씩 하락하지만 1,000만원의 이자소득을 얻기 위해 추가로 필요한 돈은 5,000만원·8,000만원·1억7,000만원·5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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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응하려면 자산을 더 모으든지 운용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을 병행하는 연금 겸업형 라이프스타일을 가지면 된다. 최근 은퇴 후에 재취업 수요가 급증하는 것도 이런 초저금리 경제학과 관계가 있다.

노후자금을 축적하려는 사람도 이 법칙에서 예외가 아니다. 금리가 5%일 때 원금이 두 배가 되려면 약 14년이 걸리지만 4%일 때는 18년, 3%일 때는 24년, 그리고 2% 금리에서는 36년이 걸린다. 1% 금리에서는 70년이 걸리고 0.01% 금리면 693년이 걸린다. 원금이 두 배 되는 데 걸리는 기간이 금리가 5%에서 1%포인트씩 하락할 때마다 각각 4년·6년·12년·34년 더 길어진다. 초저금리 중력에 끌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일찍부터 저축하든지 더 많은 돈을 저축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좀 더 높은 수익을 올려야 한다.

초저금리에서 약간 위험을 감수하면서 수익을 높이는 방법은 효과가 좋다. 위에서 든 두 가지 예가 수익을 높이면 반대의 효과가 일어난다고 보면 된다.

2% 금리에서 수익을 3%포인트 더 올려 5%로 하면 원금이 두 배 되는 데 걸리는 기간을 36년에서 14년으로 무려 22년 단축할 수 있다. 위험을 감수하는 데 따르는 편익이 초저금리에서는 높다는 얘기다. 쉽게 말하면 초저금리라는 중력에 끌려 들어가기 전에 연료를 더 쓰더라도 이를 살짝 빗겨나 4~5% 금리 공간에 있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는 뜻이다.

초저금리에 접어들면 과거와는 다른 세상을 맞는다. '인터스텔라'에서 중력에 끌려 시간이 늦게 가듯이 자산의 증가속도가 훨씬 늦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그대로 있으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듯 헤어나기 어렵다. 연료를 좀 들여 중력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산배분을 통해 리스크를 통제하면서 2%의 금리 수준에서 4~5%의 수익률 수준으로 높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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