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본전 되찾은 내 펀드 "환매만이 능사 아니다"

증시 추가상승 가능성… 똑똑한 투자로 수익 노려볼만<br>"답은 역시 장기투자… 거치식 보다 적립식이 바람직"




직장인 박 모씨(32세)는 '펀드' 이야기만 나오면 고개를 가로젓는다. 지난 2007년 9월 박씨는 만기를 맞은 적금 2,000만원을 굴릴 방법을 찾고 있었다. 안정을 추구하는 그였기에 은행 정기 예금에 돈을 넣을 생각이었지만, 당시 펀드 열풍과 함께 주변의 펀드 가입 권유에 못 이겨 각각 1,000만원씩 국내주식형펀드와 중국(홍콩H주)펀드에 거치식으로 투자했다. 펀드 가입한지 한 달 만에 각 펀드는 10% 이상의 수익을 내며 그를 즐겁게 했다. 은행에서는 1년이 꼬박 걸려야 얻을 수 있는 수익을 단 한 달 만에 움켜쥘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증시 '과열' 경고가 잇따르더니 급기야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지며 펀드 수익률은 바닥 없는 추락을 계속 했고, 1년 만에 반토막이 나 버렸다. 그 이후 박씨는 펀드를 '잊고'살기로 했다. 자동차 장만도 뒤로 미뤘다. 그렇게 다시 2년이 지나갔고, 올 9월 코스피지수가 1,800선에 다시 오르고 나서야 그의 국내주식펀드는 본전을 되찾게 됐다. 다만 여전히 중국펀드는 30% 가까운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박씨는 당장이라도 국내주식펀드를 환매해 본전만 챙기고 펀드의 세계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증시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나오는 상황에서 섣불리 환매했다가 추가 수익을 얻을 기회를 날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박씨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투자자 상당 수는 '펀드 환매'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주식펀드에서 원금을 회복하거나 차익실현에 나선 투자자들의 자금이 속속 빠져나가며 9월 들어 17일까지 국내주식펀드 순유출 규모는 2조5,0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펀드에서 무작정 빠져 나오는 게 '정답'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할 때 펀드 투자를 통한 수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게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운용성과가 우수한 펀드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또 돈을 한꺼번에 넣은 거치식보다는 적립식투자를 통해 수익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펀드'로 상처 입은 박씨, 이제는 제대로 된 '펀드'투자로 함박웃음을 터뜨릴 차례다. ■ 본전 되찾은 내 펀드 "환매만이 능사 아니다"
목표수익률·위험 선호도 고려해 전략적으로 포트폴리오 조정해야
손실 컸던 중국펀드도 회복 기미 '내수 소비부문' 집중적 투자를 코스피지수가 1,800선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이자 펀드 환매가 쏟아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7일까지 펀드 환매금액은 무려 2조5,562억원. 이 같은 추세라면 월 별 기준으로 연중 최고치(약 4조원)를 기록했던 지난 4월을 뛰어넘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 같은 펀드 환매는 최근 지수 상승으로 차익실현이 가능해졌고 지난 2007년 당시 거치식 펀드 가입자들이 '본전'을 되찾으려 펀드에서 이탈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07년 이 맘 때 글로벌 증시의 거침없는 상승세는 온 국민을 펀드투자자로 만들었다. 그들에게 펀드가 수익만큼 큰 손실을 줄 수 있는 '위험한 투자'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남들이 다 펀드로 돈을 벌 때 나만 소외될 수 없다는 생각, 펀드로 분명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컸다. 이런 '펀드 열풍'과 함께 증시 상승 국면에서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거치식 투자가 성황을 이뤘다. 금투협에 따르면 국내주식펀드의 경우 2007년 1월 전체 펀드 판매잔액 중 거치식펀드의 비율이 50%, 전체의 절반이었지만 8월과 9월에는 53%까지 증가했다. 올해의 거치식펀드 비율 44~45%는 3년 전 거치식 비중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컸는 지를 말해주고 있다. 60%에 달하는 올해 해외주식펀드의 거치식 비중은 2007년 9월 에 무려 70%에 달했다. 당시 증시상승의 수혜를 단번에 얻고자 몰려들었던 거치식 펀드 자금이 최근 본전 찾기에 성공하자 빠져나가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16일 기준 국내주식펀드의 지수대별 펀드순유입 자금은 코스피지수 1,800~1,900대에 약 8조3,000억원, 1,900선 이상에서는 약 9조2,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지수가 추가 상승할 경우 환매 물량은 더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본전'을 회복했다고 바로 증시를 떠나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펀드가 지난 3년간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최근 원본을 회복했다는 의미는 증시가 더 올라 추가 수익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증시상황이 점진적 추가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도 무작정 펀드환매가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1,900선 이상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달 증시전망을 통해 "▦경기정상화 ▦기업이익 개선 ▦중국 선행지수 반전 ▦미국 추가 경기부양 등을 고려할 때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올 4ㆍ4분기 코스피지수 예상치로 1,980포인트를 제시했다. 아울러 달러 약세로 인한 글로벌 유동성이 한국증시를 포함한 이머징시장에 꾸준히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국내 증시 상승에 힘을 더한다. 주요 증권사들은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국가 펀드 투자를 추천하며 무조건적인 펀드환매가 추가 수익의 기회를 날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거치식 펀드 투자로 재미를 보지 못했던 투자자들은 펀드 투자 전략을 적립식으로 바꿨을 때 펀드의 수익 안정성이 더 향상된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기간별 분할 매수 전략을 이용해 주식 등 자산의 평균 매입단가를 낮춰 수익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적립식펀드와 거치식 펀드에 각각 투자했을 때 수익률 차이를 보면 적립식 펀드는 확실한 우월함을 보여줬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07년 9월 20일 이후 최근 3년간 국내주식형 적립식펀드의 수익률(매월 20일 납입 시)은 20.71%에 달하지만 거치식펀드는 1.14%에 불과했다. 증시가 급격한 변동성을 겪었음에도 적립식은 은행금리 이상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이는 해외주식펀드에도 적용되며 해외펀드 중 가장 설정규모가 큰 중국(홍콩H)펀드의 경우 거치식이 -27.64%로 부진한 데 반해 적립식은 8.92%의 플러스(+)성과를 냈다. 3년 전 거치식 투자로 '펀드'에 배신당한 투자자들은 이번 본전 회복을 계기로 적립식 내지는 기간별 분산투자에 나서 볼만 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원본을 회복한 국내주식펀드를 무작정 환매해 다른 투자처로 옮기는 것보다는 꾸준히 증시에 관심을 두면서 추가 수익획득이 가능한 전략적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한 운용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본전을 찾은 거치식펀드를 재투자 할 경우 목돈을 한 번에 다시 투자하는 만큼, 장기 투자 관점에서 목표수익률과 투자 위험 선호도를 고려해 스스로에게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3년간 거치식으로 투자한 국내주식펀드가 원본을 회복했다는 경험을 들며 긴 호흡의 투자가 실패 가능성이 적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증시를 비롯한 이머징 국가의 성장성과 증시 상승에 비중을 둔 투자를 권하고 있다. 김혜준 대우증권 연구원은 "중장기 자금을 투자한다면 전체의 3분의 2를 국내에, 3분의 1은 중국ㆍ동남아ㆍ러시아 등 이머징 국가에 투자할 만 하다"며 "해당 국가들이 경제 성장을 발판 삼아 증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목돈을 한 번에 재투자할 경우 '적립식'효과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시기를 나눠서 투자하거나 최근 잇따라 출시된 스마트(분할매수)펀드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분석됐다. 김 연구원은 "자금을 50%나 25%씩 2~3회에 걸쳐 나눠 투자하되 분할 매수간격이 너무 길어지면 투자시점에 따른 투자전략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스마트펀드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투자성향을 고려한 자산 배분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점차 채권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돼 채권에 대한 투자도 좋을 것 같다"며 "그러나 적극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라면 안정적인 채권보다는 증권사 랩 상품이나 투자대상 종목을 줄여 고수익을 추구하는 압축포트폴리오 펀드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국내 적립식펀드 투자를 통해 꾸준한 수익을 거둔 투자자라면 추가적인 증시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꾸준히 적립식 투자를 지속하는 게 바람직한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주식펀드 중 가장 설정액이 큰 중국(홍콩H주)펀드의 경우 여전히 30% 가까운 손실을 기록하며 회복기미가 보이질 않지만 성급한 환매보다는 보유전략이 바람직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펀드리서치팀장은 "이머징 증시가 저평가돼 있고 점차 적정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계속 펀드를 보유하는 게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증시 회복이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행될 경우 오랫동안 투자자금이 묶여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남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소비확대가 대도시에서 지방 중소도시까지 진행되면서 한동안 증시상승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손실 회복을 바라는 투자자라면 중국 내수소비부문에 집중하는 펀드에도 함께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은 "펀드 투자는 장기 투자에 답이 있다"며 "적립식 투자자라면 꾸준히 투자를 계속하고, 목돈을 투자할 경우(거치식 펀드 환매와 같이) 위험비중을 고려해 자산별로 배분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롭게 펀드 투자에 나서거나 기존 펀드를 운용성과가 더 좋은 펀드로 '갈아타기'를 원할 때는 장기간 꾸준한 성과를 기록하는 '성과지속성''위험 대비 성과'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과거 수익률이 미래 수익을 담보하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최근 수익률만 따져 투자할 경우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최근 2년간 분기별로 나눴을 때 꾸준히 펀드 중 수익률 상위 30% 이내에 꾸준히 들어갔는 지를 따지는 '성과지속성'을 강조했다. 또 위험조정수익률(위험 부담에 따른 대가) 도 펀드를 고를 때 고려할 점으로 분석됐다. 에프앤가이드는 우수한 펀드를 꼽는 기준으로 수익률 외에 펀드매니저의 정보 우위력과 마켓타이밍(매매시점 분석능력), 원금보존능력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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