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진통 끝에 지난 7월8일 시급 4,110원으로 고시됐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 40시간 기준으로 85만8,990원이 되고 44시간 사업장은 92만8,860원이 된다. 여기에는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관행적으로 지급하고 있는 고정상여금과 법정수당(약 27%)은 제외된다. 이것까지 합하게 되면 월 100만원을 훨씬 넘어서게 된다.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비율은 전체 근로자의 15.9%로 저임금 근로자 256만명이 새로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임금 수준은 노사가 자율적 교섭으로 정하는 시장임금과 법에 따라 강제적으로 정하는 법정임금이 있다. 최저임금은 법정임금에 속하므로 사업주는 의무적으로 지켜야만 한다. 지키지 않으면 형사고발을 당하게 된다. 최저임금 결정은 노ㆍ사ㆍ공익대표 각 9명,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과반수 이상 출석 및 출석인원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된다.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는 법률상 근로자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이 제시되고 있으나 노측은 근로자의 생계비를, 사측은 기업의 지불능력을 강조하기 때문에 그 결정에는 항상 대립과 진통이 따른다.
노측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이 1인 근로자의 생계비에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이는 근로자 생계비조사(전체 단신근로자 생계비 월 119만3,597원)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최저임금은 다른 한편으로는 사용자 측의 말대로 기업지불능력에 부담이 되고 특히 ‘한계기업’의 경우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주장에도 타당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기업 구조를 보면 경영규모와 영세성 간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우리나라 고용의 75%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100명 이하 소기업에 영세 한계기업이 집중돼 있다. 이들 영세기업 중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해 최저임금 지급규정을 위반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도산과 더불어 고용기회가 상실되는 현실적인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 수준은 하한선으로는 근로자의 ‘생계비’, 상한선으로는 기업의 ‘지불능력’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점은 임금수준이 이렇게 정상적으로 결정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를테면 한계기업에서 책정되는 임금은 하한선과 상한선의 범주를 모두 벗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환언하면 우리의 현실적인 최저임금은 노측이 주장하는 생계비에도 못 미치고 또 사용자 측이 주장하는 기업지불능력의 수준도 넘어 심의되고 있기 때문에 노사 양측 모두 불만 속에서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결정구조인 것이다. 특히 최저임금 적용 대상의 절대적인 위치에 있는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의 양극화 속에서 근로자 생계비에도 미흡하고 동시에 기업의 지불능력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소위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임금구조하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근로자의 삶과 관련한 생계비가 최저임금 결정에 중심 기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계에 대한 책무는 기업보다는 본인ㆍ가족, 그리고 국가 순으로 매겨진다. 따라서 기업보다 국가에 더 우선적으로 국민의 생계에 대한 책무가 부여돼 있는 바, 기업의 지불능력을 넘어선 생계책무를 기업에 모두 전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국가사회 복지정책차원에서 근로장여세제(ERP제도) 확충 등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생계책무의 이행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만 스태그플레이션 임금구조하에서 기업이 살고 고용도 유지되며 성장 발전의 기틀도 잃지 않게 된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1988년부터 실시돼 저임금근로자보호, 기업의 구조조정 촉진, 국제 소셜 덤핑(social dumping) 제소 방어 등 국가 발전에 기여한 바가 대단히 크다. 근로자 생계비도 지급하지 못하는 기업은 하루 빨리 정리되고 구조조정돼야 한다는 사고는 양극화 현상에 놓여 있는 한계기업의 현실을 외면한 채 이상론에 빠져 공도공멸의 악순환을 자아낼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고용을 절대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한계기업을 고려해 최저임금 결정시 업종별ㆍ규모별 등의 적용 유연성 및 다양성과 함께 이들에 대한 국가의 제도적 지원정책이 적극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