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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상태 악화로 워크아웃(기업재무개선작업) 중인 건설사들이 잇달아 신규 분양에 나서고 있다. 시장 상황이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뛰어난 입지나 저렴한 분양가 등을 앞세워 불황을 정면 돌파하려는 모습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동문건설은 내달 경남 김해시 '진영 동창원 동문 굿모닝힐'을 분양할 예정이다. 지난 5월 '부산 백양산 동문 굿모닝힐'을 분양한 지 6개월만이다. 이 아파트는 인기가 높은 중소형으로 구성된데다 인근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교통여건이 좋아 시장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문건설 관계자는 "김해지역은 그 동안 공급이 적었던 곳이라 신규 분양에 대한 관심이 높은 곳"이라며 "창원이나 부산에 비해 분양가도 저렴하게 책정해 분양에 나섰다"고 말했다.
대림산업 계열사인 고려개발과 삼호도 오랜만에 분양을 재개했다. 고려개발은 지난달 31일부터 울산 'e편한세상 강변'의 청약접수를 시작했고 삼호는 내달 7일부터 'e편한세상 여주' 1순위 청약접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중앙건설이 '울산 남구 에코하이츠'를 신동아건설은 '인천 도화 신동아 파밀리에'를 지난달 분양했다.
향후 분양을 준비 중인 업체도 많다. A건설은 경기도 평택에 보유한 택지를 두고 현재 사업 추진 여부를 검토 중이며, B건설은 이르면 내년 초 세종시 아파트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C건설 역시 일부 지역의 미분양아파트에 대한 재분양을 채권단과 협의하고 있다.
한 워크아웃 건설사 관계자는 "워크아웃 기업이다 보니 신규 사업을 벌이는데 상당히 고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가능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랜 협의 끝에 재개한 사업이라 상품의 질은 우수하다는 평이다. 실제로 최근 워크아웃 건설사가 분양한 아파트를 보면 수요가 많은 전용면적 85㎡이하의 중소형아파트가 대부분이며, 부산·경남, 울산, 택지지구 등 입지가 뛰어난 곳에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를 낮춰 분양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전히 워크아웃 건설사들을 둘러싼 상황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워크아웃 중인 건설사는 신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채권단과의 협의가 필요한데 이 과정이 쉽지 않다. 사업에 대한 위험요소 관리가 우선인 채권단으로서는 사업성을 보수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반면 건설사는 시장 상황이 좋다면 빨리 분양하는 편이 유리하다. 그래서 분양 시기를 두고 건설사와 채권단은 빈번하게 마찰을 빚게 된다.
A건설 관계자는 "분양사업은 시기가 가장 중요한데 채권단과의 협의를 하다 보면 분양 시기를 놓치기 일쑤"라며 "대외적인 이미지 악화 등 여러 가지 고충이 많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워크아웃 건설사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분양에 걸림돌이다. B건설 관계자는 "분양보증 사업장이라 회사가 잘못된다 해도 수요자에게 피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