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도·자금난 몸살’ 진로·대농·삼립식품/“위기는 새로운 기회”

◎진로 두꺼비·추억의 삼립빵·미도파/위기후 매출 급증세 회생발판 기대□판매호조 이유 뭘까 해당분야 「국가대표」 국민이 살리기 동참 임금동결등 임직원 한마음 구사운동 활발 승자위주 경쟁사회서 약자동정론 가세 위기는 「위험」과 함께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하는가. 다른 경우는 몰라도 최근 부도가 났거나 부도방지협약대상 기업에 국한시켜 볼때 이말은 사실이다. 진로, 대농, 삼미특수강, 삼립식품등 최근 위기에 몰린 기업은 과거보다 판매가 더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위기에 몰리면 기업이미지가 실추되고, 판매가 감소하면서 회생불능상태에 빠지는 기존의 등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최근 일본 NHK와 아사히신문은 「진로얘기」를 다뤘다. 일본에서 진로소주에 대한 주문이 급증, 7월말까지 공급분인 1백70만 상자에 달하는 「특이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40% 늘어난 것이다. 현지에서는 『이 상태로 가면 올해안에 진로소주가 단일 주류브랜드로 일본시장 판매 1위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진로에서는 재일교포들의 「진로살리기운동」을 그 이유로 보고 있다. 낯설고 물선 타향에서 고생할 때 향수를 달래주던 「망향주」로 두꺼비를 떠올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음식점, 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이런 움직임이 활발하다. 진로는 『소주의 경우 올들어 5월20일까지 1천1백21만6천상자(3백60㎖ 40병)가 팔려, 전년동기에 비해 31.0%가 증가했고 맥주는 1천48만5천상자(5백㎖ 20병)로 17.7%가 늘어났다』고 밝히고 있다. 「추억의 삼립빵」도 지난 15일 법정관리 신청 이후 평균 매출이 20% 이상 늘어나고 있다. 해방둥이 기업인 이 회사는 요즘 부도의 안타까움과 가난하던 시절 삼립빵에 담긴 감회를 담은 격려전화와 팩스, 편지가 쇄도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1백50명의 전국대리점대표들이 모여 거래대금 당일지급, 판매배가운동을 결의하기도 했다. 대농의 주력사인 미도파도 마찬가지다. 부도방지협약 신청을 한 지난 19일 미도파 상계점의 경우 7억2천여만원이던 매출이 20일 이후에는 8억원을 넘어섰고, 주말인 24·25일에는 각각 12억3천만원과 15억5천만원으로 급증했다. 5월 하순의 이같은 판매증가세는 다른 백화점에서는 찾을 수 없는 특이한 현상이라는게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삼미특수강도 지난 3월부도 이후 어려움을 겪다 이달들어 1만2천톤의 스테인리스강 생산은 무난할 것으로 보이며, 7월 이후에는 1만5천톤을 생산하면서 정상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미는 『올해 19만톤을 생산, 3천5백억원의 매출목표 달성은 무난하다』는 입장이다. 과거 부도기업에서 발견할 수 없던 요즘 이런 현상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재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크게 세가지가 꼽힌다. 첫째, 이들이 해당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점이다. 가난의 질곡에서 허기를 잊게해 주던 삼립호빵의 아련한 추억, 서민의 애환을 달래주던 「두꺼비」(진로소주) 등이 대표적인 예다. 둘째, 경영위기에 대해 임직원들의 임금동결, 판매배가 등 적극적인 회사살리기운동도 큰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미특수강 임직원들의 노력은 이의 전형적인 예. 이들은 월급여를 반납한 40억원으로 원자재 2천5백톤을 구입했다. 이들은 최근 「보라! 삼미의 재기를, 가자! 경영정상화로」라는 슬로건을 걸고 구사의지를 다지고 있다. 셋째, 모든 것이 능력위주로 평가되고, 순위가 매겨지는 경쟁위주의 사회적 분위기와 불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약자에 대한 동정론도 그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상경영은 최선이다. 그러나 어떤 위기에서도 포기하지 말라.』 재계의 새로운 격언이 되고 있다.<박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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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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