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임시투자세액공제가 올해로 폐지된다. 반시장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참여정부조차도 못 없앴던 임투세액공제를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부가 한칼에 잘라낸 셈이다.
조세정책에서 비과세ㆍ감면 특례 조치는 한시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반복되는 비과세ㆍ감면 조치의 연장은 한시적인 조치가 일반화돼 특례를 받는 대상에게는 ‘마약’이 된다. 아예 특례 연장이 당연시돼 보조금 형태로 굳어지는 것이 조세형평성 차원은 물론 세수 확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임투세액공제가 서민중심정책과는 맞지 않아 폐지한다는 정부의 발표는 어딘가 어색하다. 기업이 투자를 해 고용을 창출하고 이익을 내 경제에 활력소가 되는 선순환 구조에서 서민 일자리를 창출하는 투자촉진책을 거둬들이며 서민중심정책과 맞지 않는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갑자기 ‘서민’이 모든 정부정책의 중심으로 부각되며 정부는 ‘서민 강박증’에 걸린 듯 각종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내년 예산 250억원을 ‘맞벌이부부 보육비용 경감대책’에 사용하고 길게는 20년 동안 등록금을 빌려주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도 내놓았다. 골목길 상인을 위해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이어 대형마트까지 규제할 움직임이다. 여기다 교통법규 위반 범칙금도 저소득층ㆍ서민에게는 낮춰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정책은 조급증에 걸린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로바로 국민들의 반응이 나타나는 정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장도, 미래도 서민 앞에서는 먼 훗날 얘기다.
내년 나라살림의 수입을 결정하는 2010년 세제개편안이 이달 말 국회로 간다. 예상하건대 정부의 서민정책에 10월 재보선, 내년 6월 지방선거 등 정치적 이슈가 걸린 국회가 또 한번 부추길 것이다. 서민대책=선거 승리라는 위험한 공식에 짜 맞춘 정책의 남발로 ‘착한 정부 콤플렉스’에 빠져들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