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10월 28일] 한국 맛과 멋, 어울림의 미학

한국의 언어, 한국의 집, 한국의 맛, 그리고 한국의 여인까지. 나는 완벽하게 한국을 사랑하게 됐다. 내가 사랑한 한국의 면면을 살펴보면 화려하기보다 은은하다. 그래서 다른 무엇과도 잘 어울린다. 다른 것에 대한 배려, 어우러질 수 있는 열린 마음, 그것이 바로 한국의 매력이다. 내가 처음으로 빠진 것은 한국의 언어였다. 나는 봉사활동 차 방문한 한국에서 그 문화에 반해 독일인 최초로 한국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계림유사에 나타난 고려 방언'을 주제로 논문을 쓴 이후 신라향가방법론2권을 발행하고 월인천강지곡을 번역하면서 한국 언어의 문학성과 과학성에 빠져들었다. 김치,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려 생동감 넘치고 다채로운 표현은 물론 배우고 가르치기와 쓰고 읽기가 모두 편한 훌륭한 언어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그것을 만든 이의 뜻이었다. 백성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 왕의 마음이 이 언어를 이토록 쓰기 편하고 정교하게 만들었으리라. 한국의 가옥 또한 어울림의 미학이 있다. 한옥은 그 자체로 자연이다. 나무와 흙으로 만들어져 그 안에 자연 아닌 것이 없다. 또한 한옥은 밖으로 열려 있다. 그래서 홀로 회색빛을 고집하지 않고 사계절의 색을 닮아 자연과 어우러진다. 내가 한옥에 들어와 산 뒤로 파란 눈의 사람이 이곳에 들어와 사는 게 신기한지 낮은 담 위로 기웃거리다 눈이 마주치는 이들이 왕왕 있다. 난 그 또한 싫지가 않다. 일부러 찾아와주는 것이 나에 대한 관심임을 알고, 우연히 마주쳤을 때의 웃음이 다른 모양새의 사람을 받아들이려는 마음임을 알기에 오히려 정겹다. 나의 한국 사랑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식이다. 국밥과 설렁탕을 좋아하는데 뜨끈한 국물에 밥을 말아 잘 익은 깍두기와 먹으면 이게 바로 행복이구나 싶다. 나는 깍두기는 물론 모든 김치를 직접 담가 먹는다. 처음 한국 사람들이 매 끼니는 물론 감자나 고구마를 먹을 때, 고기를 먹거나 심지어 스파게티를 먹을 때도 김치를 먹는 것이 참 신기했는데 한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어느덧 나 역시 그 맛을 알게 됐다. 김치는 매 끼니마다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효되며 맛이 달라져 한번 만들어 여러 가지 맛으로 즐길 수 있는 두고두고 먹어도 새로운 요리다. 또한 김치는 열린 음식이다. 어떤 것이든 원하는 재료로 만들 수 있고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이러한 김치의 성격은 앞서 설명한 한국의 언어ㆍ가옥ㆍ음식 모두가 가지고 있는 강점, 바로 한국 문화의 매력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세계화의 열쇠다. 김치는 지난 2001년 Codex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 규격식품으로 인증 받고 이후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되는 등 세계인의 조명을 받고 있다. 이달 23일부터 27일까지 광주에서 개최된 '제17회 세계김치문화축제'에 직접 참여한 국제식품규격위원회 캐런 휼백 의장은 발효식품 김치를 '세계인의 건강을 책임질 살아 숨쉬는 음식'이라고 극찬했다. 특성 잘 활용해 세계화 꾀해야 한편에서는 강한 향과 매운 맛이 세계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김치의 열린 특성을 잘 활용한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세계인의 음식으로 변화를 꾀할 수 있다. 김치축제를 찾은 약 3만명의 외국인의 발길과 김치의 변신을 보여준 '김치초밥왕콘테스트', 그리고 '김치퓨전요리콘테스트'가 바로 그 가능성의 증거다. 내가 직접 방문하고 체험한 축제의 현장은 다양한 나라의, 지역의 사람이 김치 그리고 다양한 문화행사로 어우러지는 '어울림'의 장이었다. 이것이 바로 세계화를 향한 한국의 맛과 멋, '어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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