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부가 돈을 더 풀면 경기 진폭만 키우게 됩니다. 차라리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소비진작에 도움이 됩니다."(2012년 5월 서울경제신문 인터뷰)
박근혜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현오석 KDI 원장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보수주의자에 가깝다. 인위적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푸는 케인스 식 처방보다는 규제완화를 통한 성장이라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선호한다.
현 내정자는 KDI 원장 재직 중이던 지난해 5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포퓰리즘 식 정부 재정지출로는 경기를 부양시킬 수 없다"며 정치권에서 대두되던 추가경정예산 편성론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가 재정확대를 반대한 근거는 재정적자의 늪에 빠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의 전례를 우리가 되풀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현 내정자는 "미국 등 선진국이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늘렸지만 효과가 없었다"며 "정부가 지출을 늘려도 그것으로 국민들이 소비를 하는 게 아니라 빚을 갚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보수주의자답게 물가정책에 있어서는 '매파'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한 번 짜면 도로 집어넣기 힘든 '치약''에 비유하면서 "성장률은 인위적으로 올릴 수 있지만 물가는 한 번 오르면 잡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 내정자가 장관 취임 이후에도 자신의 소신을 그대로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당시 현 원장의 발언은 낙관적인 성장률 전망에 근거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현 원장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3%대 중반으로 예측하면서 성장보다는 물가불안이 더 큰 문제라고 진단했지만 실제로는 하반기부터 경제가 크게 위축되면서 성장률이 2.0% 안팎으로 고꾸라졌다.
현 내정자가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확대를 무조건 반대하는 강경론자는 아니다. 현 내정자는 글로벌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1년 10월에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경제지표가 예상을 크게 밑돈다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 여지가 있다"며 재정확대를 주문한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언급 없이 "경기가 안 좋은데 균형재정 시점을 앞당길 필요가 있는지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만 했다. 올해 경제상황이 예상보다 안 좋을 경우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비롯한 공격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복지와 관련해서는 '보편적 복지'보다는 '선별적 복지'를 주장한다. "복지확대보다는 성장잠재력 확충이 우선"이라는 게 현 내정자의 확고한 입장이다. 그는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보편적 복지보다는 빈곤이 집중된 분야, 특히 노인 빈곤과 근로연령층의 빈곤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또 "복지 문제는 민간과 정부가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면서 "고율의 세율로 고소득층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기보다는 세율을 낮추면서 기부문화를 활성화해 민간주도의 복지확충을 유도해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대선 과정에서 기초연금 도입, 4대 중증질환 보장 등을 공약으로 내걸어 보편적 복지를 일부 수용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와의 마찰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이를 의식한 듯 현 내정자는 경제부총리 내정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성장과 복지 어느 쪽에 무게중심을 둘지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그는 '어떤 정책에 역점을 둘 계획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KDI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우리 경제에 대해 고민한 바로는 단기적으로 경제회복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와 중장기적으로 복지와 성장잠재력 일신을 어떻게 이뤄내느냐, 두 가지 과제를 병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둘지는 취임 후 밝히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