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규제개혁, 왜 잘 안될까

김상열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최근 우리 경제가 오랜 동면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소비심리가 되살아나고 주식시장도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신입사원 채용도 늘리고 있다고 한다. 아직 본격적인 경기회복으로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경기회복 기운이 꿈틀거릴 때일수록 중요한 것이 초기대응을 잘하는 일이다. 경기회복 기대심리를 기업의 투자로 이어가지 못하면 외환위기 이후 반복되고 있는 더블딥 현상이 또다시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장작에 불을 붙여도 다른 쪽이 젖어 있으면 결코 오래 타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다. 기업활력을 진작하려면 무엇보다 제대로 된 규제개혁을 해야 한다. 규제의 무거운 족쇄를 차고서는 우리 기업들이 국제 무대에서 제대로 뛰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규제개혁의 현실은 한마디로 ‘총론은 찬성, 각론은 반대’에서 맴돌고 있다. 기업들이 규제 때문에 어렵다고 호소하면 건설교통부는 국토의 균형개발을, 환경부는 환경 보전을,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지배구조를 이유로 규제 방어에 나선다. 규제를 풀면 댐이 터지듯 부작용이 유발된다는 데야 규제개혁위원회조차 감히 리스크를 떠안기 어렵다. 이것이 규제개혁이 잘 안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다. 따라서 규제개혁을 하려면 먼저 이처럼 규제를 감싸고 있는 단단한 껍질을 깨야 한다. 이는 규제개혁 자체를 다른 정책보다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서는 힘든 문제다. 달걀을 세우기 위해 달걀을 깨뜨렸던 콜럼버스처럼 말이다. 그리고 사실 규제개혁의 부작용이라는 것도 선진국 경험을 보면 기우인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의 규제를 대신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시장원리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정부가 해야 할 것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규제개혁의 요체이다. 아울러 우리는 문제가 터지면 규제부터 도입하고 국민의 안전보건 등을 명분으로 선진국의 ‘좋은’ 제도를 들여오는 일이 많았다. 이것이 규제가 양적으로도 늘어난 이유이다. 그러나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를 도입하면 편법만 낳기 마련이다. 새로운 규제를 도입할 때에는 국민정서보다 경제에 미치는 득실을 객관적으로 따져보고 결정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우리 주변에는 규제에 익숙해져 있어 규제를 없애는 데 불안감을 갖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지구는 둥글고 태양이 아닌 지구가 돌듯이 경제활동의 자유와 창의가 보장될 때 경제의 지속성장과 선진국 진입이 가능하다. 그것이 선진국의 경험이며, 우리가 나아갈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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