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남미, 안보리 이사국 새후보 내야

유엔은 현재 떠안고 있는 수많은 과제들 속에 또 한가지 어려운 숙제를 추가하게 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이사국 진출을 둘러싸고 베네수엘라와 과테말라가 접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자칫 영영 해결이 안되는 이념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어 더욱 우려를 낳고 있다. 유엔 192개 회원국은 남미 국가 몫의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선출을 위해 베네수엘라와 과테말라를 대상으로 이틀 동안 22회에 걸쳐 투표를 진행했다. 그러나 반미주의로 똘똘 뭉친 베네수엘라나 친미 성향을 자랑하는 과테말라 모두 당선 한도인 회원국 3분의2에 해당하는 128개국의 지지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이제 남미 국가들은 외교적인 성숙함을 기반으로 세계의 여론에 부합할 만한 통합 후보를 찾아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 이번 선거의 교착상황은 베네수엘라와 미국 모두에게 불리하다는 분석이다. 독립적이고 산유량도 풍부한 베네수엘라는 유엔 내부에서 반미주의와 관련해 거의 본능적으로 저항하는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반면 과테말라는 경제적으로 불안할 뿐만 아니라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유엔 선거에서는 사실상 베네수엘라가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반미 연대를 결성하기 위한 외교 활동에 치중하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 때문에 베네수엘라가 역풍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차베스 대통령에게 강경한 태도를 취해왔고, 유엔 회원국들은 이란과 같은 위험한 국가와도 연합하는 차베스에 대해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결론적으로 차베스의 논란을 빚어내는 외교 방식은 베네수엘라는 물론 전세계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유엔 비상임 이사국 투표에서 베네수엘라와 과테말라 모두 3분의2 찬성을 얻는 데 계속 실패해 표결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79년 비상임 이사국 자리를 놓고 콜롬비아와 쿠바가 경합을 벌이는 바람에 154회나 투표를 했지만 결국 어느 쪽도 당선 한도를 넘기지 못해 회원국들간 배후 합의로 멕시코가 선출된 적이 있다. 따라서 이런 시간 낭비를 막기 위해 남미 국가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세계 각국의 지지를 얻을 만한 국가를 후보로 다시 올려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