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유기 사용자들에 대한 압박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KT가 공유기 검출 시스템을 개발한 데 이어 최근에는 공유기 사용을 원천 차단하는 ‘USB 모뎀’까지 보급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5월 이후 지금까지 자사 초고속인터넷 신규 및 기존 가입자에게 약 3만여대의 USB 모뎀을 설치 혹은 교체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USB 모뎀이란 케이블을 이용해 PC에 연결하는 기존 외장형 모뎀과 달리 PC의 USB 포트에 직접 꽂아 사용할 수 있게 만든 모뎀이다. 보통 24시간 켜놓는 외장형 모뎀에 비해 고장이 적고, 별도의 랜(LAN) 카드가 필요없다는 장점이 있다. KT 입장에서는 외장형 모뎀보다 공급 원가가 낮다는 매력도 있다. 문제는 USB 모뎀을 쓰는 이용자는 인터넷 공유기 사용이 봉쇄된다는 점이다. 공유기는 초고속인터넷 1개 회선을 여러 대의 PC에서 나눠쓸 수 있게 해 주는 장치로, KT에 따르면 기업 가입자의 55%, 개인 가입자의 11%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공유기는 외장형 모뎀과 여러 대의 PC를 서로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 USB 모뎀을 PC에 직접 연결하면 물리적으로 공유기가 끼어들 틈이 없어진다. 최근 KT 초고속인터넷에 새로 가입한 정모씨의 경우 “KT가 최신형 제품이라며 USB 모뎀을 설치해줬는데 USB 모뎀으로는 공유기를 달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PC 2대를 공유해 쓰기 위해 계약을 해지해야 할 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는 USB 모뎀의 공급 확대가 공유기 사용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는 아니라고 부인했다. KT의 한 관계자는 “여러 장점 때문에 USB 모뎀 공급을 늘리고 있지만 원하지 않는 가입자에게는 설치ㆍ교환을 강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기존 외장형 모뎀 업체들과의 관계와 공급 물량의 제한 등의 문제가 있어 USB 모뎀의 비중을 서서히 늘려간다는 입장이다. USB 모뎀은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가입자만 사용할 수 있으며 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VDSL)에선 아직까지 이용이 불가능하다. 모뎀이 필요없는 엔토피아(광랜) 역시 USB 모뎀이 적용되지 않는다. 한편 KT는 지난 7월부터 공유기에 3대 이상의 PC를 물려 사용하는 경우 1대당 월 5,000원의 추가요금을 내도록 약관을 바꿨으며, 최근에는 공유기 사용현황을 알아낼 수 있는 검출 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