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소비자의 눈과 손을 잡아라”/전자제품 디자인 경영

◎톡톡 튀는 상품경쟁 뜨겁다/“해외시장 공략 위해선 SW경쟁력 강화 시급” 판단/연구비 증가·산학협동 등 노력 「DR라운드」 대비도스페인 국민들로부터 추앙을 받고있는 카를로스 국왕. 그는 현재 스페인디자인진흥원의 명예회장이다. 지난해 방한했던 그는 서울 대학로에서 열리고 있던 「가우디(건축디자이너)전시회」에 참석, 직접 테이프커팅을 할 정도로 디자인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영국의 대처 전 총리도 재직때 산업디자인협회를 주재했고, 싱가포르의 이광요 전총리도 분기별로 디자인회의를 개최했다. 산업디자인에 대한 각국 지도자의 관심이 얼마가 높은 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세계각국의 지도자들이 산업디자인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것이 무한경쟁시대 기업경쟁력의 핵심관건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경쟁국들은 산업디자인을 21세기 제품의 고부가가치를 결정하는 첩경으로 여기고 이분야의 경쟁력강화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것이다. 더우기 선진국들은 자국의 산업디자인을 보호하기 위해 이의 보호와 규제를 골자로 하는 「디자인라운드(DR)」를 구체화하고 있어 디자인 경쟁력강화가 발등의 불이되고 있다. 정부와 재계는 최근 최근 구조적 불황수렁에서 허우적거리며 한국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추락은 엔저 등 교역조건의 악화에도 원인이 있지만 디자인 품질등 구조적인 경쟁력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메이드인 코리아」가 경쟁력을 재무장, 글로벌시대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소프트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1세기 산업경쟁력은 디자인이 좌우할 것』(지승림 삼성비서실 기획전무)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산업디자인수준은 현재 선진국의 50∼60%정도, 대만등 경쟁국의 70∼80%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이 분야에 대한 투자도 경쟁국에 비해 미흡하다. 통산부에 따르면 이 부문에 대한 투자는 지난93년 12억원에서 95년 85억원으로 7배이상 늘어났다. 이같은 금액은 영국의 15분의 1, 대만의 5분의 1에 지나지않은 수준. 특히 한국기업들은 아직 기술자립에 관심이 쏠려있으며, 연구개발투자도 대부분 기술에 치중돼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디자인을 개선하지 못하면 외국은 물론 국내 소비자들의 기호도 따라 잡을 수 있다고 디자인전문가들의 경고하고 있다. 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 한국산업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을 투자개념으로, 경영의 핵심요소로 집중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 소니나 마쓰시타전기등의 최고경영자들은 『디자인과 같은 소프트한 창의력이야말로 기업경영의 최후 승부처가 될 것』라고 예견했다. 한국산업경쟁력을 대표하는 가전산업의 디자인수준은 어떤가. 가전산업은 ▲제품 라이프사이클의 단축에 따른 빈번한 모델교체 ▲경쟁심화에 의한 차별화된 상품 개발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어떤 산업보다도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이 높다. 특히 전자산업은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차별화된 고유의 디자인은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황금알 산업으로 부상했다. 한국가전제품은 일본과 유럽제품등에 비해 ▲우수디자인인력 ▲창의적 환경 ▲디자인기반 기술 ▲글로벌 디자인 네트워크 구축 ▲최고경영자의 디자인마인드 ▲정부의 디자인 지원정책등 거의 모든 면에서 뒤지거나 미흡하다. 통산부가 국가별 전자제품 디자인 경쟁력 비교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형태 색상은 선진국제품이 4.5점(5점 만점기준), 한국산은 1.8점 ▲경쟁국은 1.7 ▲유행감각 부문에선 선진국 4점 ▲한국산 1.5점 ▲경쟁국 1.7점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독창성부문에선 ▲선진국 4점 ▲한국산1.5점 ▲경쟁국 1.4점, 마감처리부문에선 ▲선진국 4.3점 ▲한국산 1.4점 ▲경쟁국 1.5점등으로 한국산이 선진국제품은 물론 경쟁국제품에 비해서도 뒤떨어지는 항목이 많았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산 컬러TV제품에 대한 일본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비교하면 디자인 품질 브랜드이미지등에서 한국산이 뒤떨어지고 있다. 한국제품을 1백으로 할 경우 일제가 품질(1백5), 디자인(1백32), 브랜드 이미지(1백27)등으로 앞서고 있는 것. 이중 소트트경쟁력의 핵심인 디자인분야에서 한국산이 특히 떨어지고 있다. 최고경영자의 디자인마인드가 미흡한 것도 커다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대부분 기업들이 기술 설비등 하드웨어적 분야의 경쟁력강화에 집중, 한국문화가 담긴 디자인등 소프트웨어적 분야에 대한 투자는 소홀히 하고 있다. 다만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지난해「디자인 혁명의 해」로 선포하고, 디자인분야에 매년 1천억원이상을 투자하고, 임원교육 과정에 디자인과정을 포함한 것은 디자인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다. 회사의 철학을 담은 고유의 제품이 없는 것도 문제다. 『소니나 벤츠는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데 우리 것은 가까이서 봐도 다른 회사제품과 구별이 잘 안된다. 임시방편의 디자인이기 때문이다』(이건희 삼성그룹회장). LG전자 구자홍 사장은 『세계시장에서 선진제품과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제품 구석구석에 회사고유의 철학을 담아서 디자인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산업의 디자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의 디자인 마인드 고취 ▲디자인 중시의 연구환경 조성 ▲디자인 투자확대등이 필요하다. 이를위해 「글로벌­로컬」디자인력(지역문화별 전문가양성)을 강화하고, 외국기업과 디자인분야에 관한 전략적 제휴와 인수합병, 선진노하우의 도입과 활용이 시급하다고 전자업계 디자인연구소관계자들은 강조했다. 이와함께 산학협동을 통한 차별화 기술 발굴, CAD/CAM(컴퓨터에 의한 디자인 및 제조)에 의한 산업디자인의 과학화도 필수적이다. 재계는 정부의 디자인에 대한 인식소홀도 디자인경쟁력 강화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와관련, 『21세기 기업경쟁력을 가늠할 디자인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청와대에 민관의 중진들이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의 디자인자문기구를 설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선진국들이 대통령 수상실 직속으로 21세기 기업경쟁력의 핵심요소로 부상한 산업디자인 경쟁력을 높이기위해 디자인자문기구를 경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게 재계의 지적이다.<이의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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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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