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시설공단과 환경단체가 합의한 '천성산터널공사 환경영향 공동조사'가 이달 중순께 시작됨에 따라 양측은 향후 3개월간 터널공사가 고산습지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집중 조사할 전망이다.
아직까지는 정상적으로 공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공동조사가 본격화되면 발파 등 조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사는 중단된다.
▲ 공사 현황
철도시설공단 백경래 영남지역 건설본부장은 4일 오후 경남 양산의 천성산 원효터널 공사현장을 찾은 취재진에게 "지난해 11월30일 공사를 재개했고, 오늘(4일) 현재까지 원효터널 13.28㎞ 중 203m를 뚫었다"고 설명했다.
천성산 줄기를 관통하게 될 원효터널 공사는 경부고속철 2단계 대구-부산간 122.7㎞ 공사 중 핵심구간.
울산과 양산 양쪽 입구 중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울산쪽. 이밖에도 공사일정을 단축하기 위해 터널 구간 중간에서 파고 들어가는 3개의 사갱(斜坑)도 진입로 공사를 끝내고 1일부터 사갱 터널 굴착에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현재 하루 2차례 발파를 거쳐 매일 2-5m씩 파들어가고 있지만 앞으로 사갱이 뚫리고 나면 원효터널 양쪽과 터널 중간중간에 걸쳐 모두 8곳에서 굴착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공사의 최대 관건은 역시 조만간 시작될 환경영향 공동조사. 철도시설공단과 환경단체 양측 7명씩 14명의 대책위원은 지난 3일 서울에서 실무회의를 갖고 12일께 현장을 함께 둘러본 뒤 이달 중순쯤 공동조사를 시작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가 이뤄지는 3개월간 발파공사 등 조사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체의 공사가 중단되지만 이후 공사를 서두르면 2010년까지는 완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공동조사 `쟁점'은
천성산 줄기를 따라가는 원효터널 공사가 습지와 계곡이 유난히 많은 천성산의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가 관건이다.
천성산 일대에는 정부가 1998년 생태계보호지역으로 지정한 무제치늪과 2002년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화엄늪을 비롯, 19개의 습지가 흩어져있다.
철도시설공단이나 환경부는 이 습지들이 빗물을 담았다가 조금씩 내보내는 만큼 심층지하수를 건드리는 터널공사에 의해서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반면 지율스님은 무제치늪 등의 물이 겨울에도 마르지 않는 것은 심층지하수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며 터널공사가 이뤄지면 국가가 보호하는 무제치늪 등 19개의습지와 계곡이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습지라고 하면 무제치늪도 물이 들어찬 연못이나 늪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무제치늪은 고산습지가 모두 그렇듯 중간중간 물이 흐르는 갈대숲에 가깝다.
습지 지하의 이탄층이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고 있다가 조금씩 내보내는 구조다.
녹색연합 서재철 자연생태국장은 올 겨울 이탄층까지 모두 얼었을 때에도 무제치 늪에 흐르는 물은 영상 15도 정도의 수온을 유지했다면서 심층지하수와 연결돼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철도시설공단측 관계자는 "겨울에도 물이 흐른다고 해서 반드시 심층지하수와 연결돼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공동조사단도 앞으로 이 문제를 중점 검토할 예정이지만 문제는 조사방법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시추지만 시추 때문에 무제치늪이 망가질 수도 있기 때문.
국립환경연구원 박의준 박사는 "무제치늪을 시추해선 안 된다"며 "비슷한 지층구조를 갖고 있는 주변 산을 시추하거나 수맥을 따라 특정 물질을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심층지하수가 습지와 연결돼있는지 여부를 충분히 조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조사단도 가능한 무제치늪 등을 직접 시추하는 것은 피하고 박 박사 등 전문가가 제안한 방법을 따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조사단이 12일께 천성산 현장을 방문하기로 한 것도 시추 등 조사방법을 확정하기 위해서다.
이밖에도 터널공사 구간에 불안정한 활성단층이 가로지르는지 여부도 조사할 전망이다.
(양산=연합뉴스) 이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