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주요내용 사전공개 “김빼기” 자초/입안 뒷얘기

◎“여당·관련부처서 혼선 부채질” 재경원 허탈/통산부 공장입지 규제완화에 “난제 해결됐다”/한전 “민간과 동등경쟁 구체내용 뭐냐” 촉각○…정부가 확정한 「경쟁력 10% 높이기」 추진방안은 시책 입안과정에서 당정간, 관계부처간 혼선으로 마치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린 꼴」이 됐다는 후문. 특히 정책 입안 막바지단계에 대선을 의식한 신한국당측이 당정협의 형식을 통해 국무위원급 이상 임금 삭감, 금리 10%선 인하 등 다분히 「희망사항」에 가까운 내용을 마구 발표하는 바람에 가뜩이나 굵직한 내용이 없는 최종안이 더욱 초라해지는 결과가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청와대회의 전날인 8일 하오 박재윤 통상산업부장관이 대한상의에서 열린 4차 산업정책자문회의를 통해 이번 대책중 「알맹이」축에 드는 대기업 상업차관 허용 방침을 미리 공개하는 바람에 설익은 밥솥에 김빼기를 자초하기도. 재정경제원 실무자들은 9일 상오 『뭔가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느라 며칠씩 밤샘작업을 하며 고심했는데 여당과 각료급 고위인사가 막판 혼선을 부채질했으니 이번 시책이 원만히 추진될지 의문』이라며 허탈한 표정이 역력. ○…「경쟁력 10% 높이기」 시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정책혼선을 증폭시킨 대표적 사례는 지난 8일 낮 팔레스호텔에서 진행된 고위당정협의가 꼽힌다. 이 당정협의는 한승수 부총리가 IMF총회 참석차 방미중이던 이달초 이환균 재경원차관이 이홍구 신한국당대표를 예방하면서 돌출된 모임이었다는 후문. 즉 이대표가 『여당이 경제침체 타개에 동참하는 모습을 국민들에 보여주기 위해 청와대회의 직전에 고위당정협의을 갖자』고 제의했다는 것. 이에따라 신한국당의 정책위소속 경제통의원들은 이날 당정협의에서 금리인하, 국무위원급 임금 반납, 획기적인 규제완화, 화물전용차선제 도입 등을 이번 대책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요청했고 한부총리는 시종 묵묵히 의원들의 요구사항을 경청하는 데 그쳤다는 후문이다. 특히 당정협의 날짜가 청와대회의 직전인 8일로 잡힌 것은 한부총리가 6일 하오 미국에서 귀국했고 7일은 하필이면 한부총리의 지역구인 춘천에서 전국체전이 열리는 바람에 다른 대안을 가질 형편이 못 됐다는 것. ○…이번 시책중 하나로 철도·발전소 건설, 공단개발 등에서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경쟁하는 체제를 도입키로 하면서 산재보험도 이같은 경쟁체제 도입대상에 포함시키느냐 여부를 놓고 막판 진통을 거듭했다. 산재보험은 공공보험적 성격을 들어 일단 장기과제의 하나로 계속 검토하기로 낙착됐다는 후문. 또 올해 실시된 공무원의 토요격주 휴무제를 잠정중단하는 방안을 둘러싸고 갑론을박했으나 공무원 사기저하를 우려하는 총무처의 주장을 받아들여 제외하기로 결론이 났다. 이밖에 화물전용차선제 도입도 한때 신중히 검토했으나 예상되는 부작용이 많아 중도에 포기했다. 화물전용차선제는 일반차량들이 정체를 빚게 된다는 문제점이 제기됐고 평일이나 한밤중에만 화물전용차선제를 시도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이때는 오히려 차량소통이 원활해 전용차선 효과가 없는 게 아니냐는 반론에 부딪쳤다는 것. 한 실무관계자는 『경쟁력 높이기 대책을 빌미로 특정업계나 부처가 교묘히 위장된 「내몫찾기」 방안을 들이미는 경우가 적지않아 옥석을 구분하는데 곤욕을 치렀다』고 말했다.<이형주> ○…통상산업부는 「경쟁력 10% 높이기」 추진방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해묵은 과제들을 상당수 해결한데 대해 흡족한 표정. 특히 공장입지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선거 때마다 논란이 되어왔던 무등록 및 조건부공장들에 대해서도 5백㎡ 미만 공장에 대한 공장등록제도를 폐지, 공업배치법상 문제가 없게 되는 등 통산부의 숙원과제가 적지않게 풀린 셈. 또 재정경제원이 그동안 경제력집중을 우려해 반대해왔던 대기업의 창업투자회사 지분 소유제한 폐지와 대기업에 대한 상업차관 및 외화대출 허용 등은 통산부가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사안들. ○…통산부는 그러나 5개 국가산업단지 관리공단을 1개로 통합하고 인원을 대폭 축소하기로 한데 대해 쉽지 않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애써 담담해하는 분위기. 또 공단관리비 징수를 폐지한데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이면서도 당분간은 보유자산 매각을 통해 버티겠지만 그후에는 어떻게 공단을 관리할지 막연해하는 표정. ○…한편 한국전력은 공공기관의 사업에 경쟁을 촉진시킨다는 명분 아래 신규발전소 건설의 경우 한전과 민간기업이 동등한 조건으로 경쟁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자 구체적인 의미를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 특히 「동등한 조건」이 행여 민자발전소 생산전력의 구입단가(현재 한전 생산전력단가의 88% 수준)나 이용률을 높이도록 하는 것이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통산부는 이에 대해 당초 재정경제원 등이 앞으로 민자발전의 비중을 높이도록 요구한데 대해 통산부등이 2000년 이후에는 절반 이상을 민자발전으로 충당하도록 되어 있는 기존 장기전력수급계획에는 손대기 힘들다고 반발, 민자발전사업의 인센티브를 보다 확대하자는 내용으로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 한전은 또 현재 50% 부담하고 있는 공단의 전기공급시설 설치비를 전액 부담하게 되는 등 이번 경쟁력대책에서 이래저래 영향을 받게 됐다.<이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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