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 선진국, 자통법에 달렸다] 4. 전문가 제언

"금융발전 획기적 계기될 것… '先통과 後보완' 하자"




"자본시장통합법은 한국 금융산업 발전의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입니다. 법 통과시 국내외 금융회사들간 경쟁이 심화되겠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만큼 지엽적인 문제에 얽매이기보다는 더 큰 의미를 생각해 긍정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현재 국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순히 특정 업계를 도와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내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존 위커 맥쿼리코리아 회장, 권종호 건국대 교수,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자통법은 국내 금융시장에는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라며 "경쟁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말고 이를 새로운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논란이 되고 있는 증권사 지급결제와 업종간 겸업에 따른 이익상충 문제 등은 법 통과 이후에도 보완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내 자본시장에서 은행들이 소매금융에 치중하는 바람에 투자위험을 떠안고 이를 관리할 주체가 부족해지면서 자금중개 기능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며 "위험을 감수하고 적극적으로 투자은행(IB)시장에 나설 수 있는 대형 금융투자회사의 출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쟁속 소비자·금융사 모두 윈윈 가능… 한국 금융회사 글로벌화도 한층 빨라져 ■ 존 워커 맥쿼리코리아 회장 “앞으로 한국 금융시장 내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하지만 경쟁은 혁신을 가져옵니다.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은 보다 다양하고 질 높은 상품을 제공받고 금융회사들은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를 찾게 될 것입니다.” 존 워커(사진) 맥쿼리그룹 한국 회장은 “자본시장통합법은 한국 금융시장에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라며 “더욱 심화된 경쟁환경에서도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가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자통법 시행으로 해외 금융회사의 한국 진출이 한층 가속화하는 것은 물론 한국 금융회사들도 새로운 시장을 찾기 위해 글로벌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자통법이 가져올 변화를 크게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의 측면으로 나눠 제시했다. 우선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금융상품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설명이다. 워커 회장은 “금융회사들이 경쟁적으로 다양하고 질 높은 상품을 제공하게 돼 투자자들은 자신의 선택에 보다 확신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회사간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보다 자유롭게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면서 이윤을 증대시킬 수 있다”며 “금융회사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존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한층 더 절실한 혁신방법을 찾게 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워커 회장은 “이미 여러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한국 자산운용 라이선스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이라면서 “앞으로 해외 금융회사들의 한국 진출이 더욱 늘어나면서 이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 회사들도 넘쳐나는 유동성을 쥐고 안방에만 앉아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해외로 발빠르게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워커 회장은 “맥쿼리그룹 역시 호주 정부가 지난 2002년 금융서비스 및 상품에 대한 규제체계를 일원화한 ‘금융서비스개혁법(FSRA)’을 제정한 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한국의 자통법과 유사한 이 법이 시행된 후 호주의 금융시장은 급속도로 발전했으며 맥쿼리그룹 또한 지난 6년간 순이익이 3배나 증가하는 성장세를 보였다는 것. 그는 “법 제도의 변화를 계기로 맥쿼리는 틈새시장 공략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찾았고, 그 결과 경쟁력은 더욱 높아졌다”면서 “이는 맥쿼리가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촉진제 역할도 했다”고 말했다. 워커 회장은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높고 은행에 예금 형식으로 들어가 있는 가계 금융자산 규모가 큰데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유동성도 풍부하다”며 “자통법 제정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금융상품에 이 유동성이 투입될 경우 커다란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하이닉스나 LG카드가 회생하는 것을 보면 한국은 변화를 수용할 역량이 충분한 국가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새로운 경쟁환경 속에서도 한국 금융시장의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경쟁은 훌륭한 것입니다(Competition is a wonderful thing).” 워커 회장은 “경쟁을 두려워하거나 피하려고만 들지 말고 이를 새로운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겸업 허용하되 관리도 엄격하게…선박·부동산투자법도 합쳐져야

■ 권종호 건국대 법학과 교수 "현재 소관 부처가 다르다는 이유로 부동산투자회사법ㆍ선박투자회사법은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에 빠져 있는데 진정한 의미의 통합을 위해서는 이 법들도 모두 포함돼야 합니다." 권종호 건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현재 신탁업법을 자통법에 포함시키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포함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신탁뿐 아니라 부동산ㆍ선박법도 합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부동산투자회사법은 건설교통부, 선박투자회사법은 해양수산부가 담당한다. 이 때문에 권 교수는 "이 둘이 빠진다면 자통법을 '재정경제부 소관법률 통합법'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통법이 통과되면 금융기관별로 나눠져 있는 증권거래법ㆍ선물거래법ㆍ신탁업법 등이 하나로 묶이게 된다. 이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투기성이 없는 공익신탁은 현행 신탁업법을 적용하고 투기성이 있는 신탁은 자통법을 준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권은 그 근거로 부동산ㆍ선박투자회사법은 자통법에서 제외된다는 것과 우리보다 앞서 금융상품거래법(금상법)을 만든 일본도 은행법ㆍ보험업법ㆍ신탁업법은 그대로 두고 투자자보호에 대해서는 금상법과 동일한 규제를 가하기로 했다는 점을 꼽는다. 권 교수는 그러나 "통합법이 통과되면 현행법으로 만들기 어려운 상품 개발이 쉬워지는데다 법률관계가 명확해져 이용자 보호도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며 "신탁업뿐 아니라 부동산ㆍ선박 등 관련 법은 하나로 묶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실패한 모델로 뽑는 일본을 따라가서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자통법의 주내용 중 하나인 금융투자업간 겸업 허용에 대해서는 "꼭 필요하지만 그만큼 관리도 엄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 이유는 우리나라가 '금융 후진국'이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은행 중심의 산업구조, 금융범죄에 관대한 현실을 후진적 요소로 들었다. "일반적으로 일본을 금융 후진국이라 부르는데 이는 금융자산이 주로 은행을 중심으로 보관ㆍ관리되고 있어 가계자산이 산업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서서히 바뀌고는 있지만 아직도 은행 중심의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흔히 사용하는 '주거래 은행제도'란 말도 이런 환경에서 나온 것입니다." 금융범죄에 관대한 현실은 업종간 겸업시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에 대한 규제 수준을 높여야 하는 이유로 꼽았다. 권 교수는 "겸업을 하게 되면 사업 영역이 넓어져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는데 처벌 수위까지 낮다면 유혹은 더 커질 것"이라며 "미국이 10 정도의 수준으로 규제하고 있다면 우리는 15까지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통법에 대해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말 대단한 법"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또 "지엽적인 문제에 갇혀 있지 말고 큰 틀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급결제 리스크 우려만큼 크지않아… 추가적 안전장치 만들면 줄일 수 있어 ■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상무 "금융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금융산업 발전을 앞당기기 위한 자본시장통합법의 국회 통과가 우선입니다. 그 다음 증권사의 지급결제 문제 등을 보완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자통법 시행은 시급한 문제인 만큼 '선(先)통과 후(後)보완'을 강조했다. 자통법 처리를 두고 은행업계와 증권업계가 가장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증권사의 지급결제 허용도 현재 법안이 담고 있는 지급결제 안정성 수준이 높은 만큼 추가적인 안전장치를 만들면 예상되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그동안 신용창출과 함께 지급결제가 은행의 가장 기본적 기능으로 '절대명제'가 돼왔다"며 "하지만 '은행 외에 지급결제는 절대 안된다'는 식의 논리는 자칫 특정 산업의 집단이기주의로 비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상무는 금융투자회사가 대행기관인 증권금융에 고객예탁금을 전액 예치하는 만큼 이는 은행의 지급준비금 성격과 같아 리스크가 우려할 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금융소비자가 고객관리계좌(CMA)를 은행 계좌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급결제 기능이 필수적"이라며 "유사한 금융상품에 대해 은행과 증권사간 차별이 지속되는 것은 오히려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높은 금리의 은행 수시입출금식 저축성 예금(MMDA)은 제한 없이 지급결제 기능이 허용되지만 이와 유사한 머니마켓펀드(MMF)나 CMA는 현금지급ㆍ자동이체 기능 등이 제한돼 있다. 한 상무는 "미국은 증권사에 직접적인 지급결제 기능을 허용하지는 않지만 고객들이 CMA계좌에서 자금을 MMDA 등으로 이체하거나 투자자산 범위 내에서 다른 계좌로의 소액결제가 가능하다"며 "은행과 증권사가 제공하는 금융서비스를 한번에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도 자통법이 시행되면 복합금융서비스와 다양한 상품이 쏟아져 소비자들의 선택의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증권사는 점차 대형화되고 그만큼 고객 자산의 안정성도 제고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형 금융사의 출현과 그렇지 못한 증권사들의 도태로 증권업계의 구조조정도 촉발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난 80년대 이후 미국도 주식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중소형 증권사들이 줄도산하는 등 업계의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가운데 증권사들은 특화상품을 개발하는 등 수익모델 찾기에 골몰했다. 현재 국내 증권업계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한 상무의 지적이다. 그는 "증권업은 고객발굴-주식인수 등 투자은행(IB)-자기자본투자(PI) 등으로 이어지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가치 사슬이 강한 업종"이라며 "자통법이 위험을 관리하고 그만큼 높은 수익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증권사 고유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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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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