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인 미국 뉴욕의 월 스트리트가 흔들리고 있다. 달러와 주가가 함께 곤두박질을 치면서 해외자금도 이탈, 모든 경제 지수가 지난해 9.11 테러 직후와 같은 수준으로 가라앉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미 국민들과 해외 투자자들의 우려에다 증시에 대한 불신 등 악재가 겹쳐 위기의식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어느면에선 자업자득이랄 수도 있지만 세계의 금융시장이 실질적으로 월가의 영향력하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다.
어제(5일) 뉴욕의 다우 지수는 9,687.8, 나스닥 지수는 1,578.1로 각각장(場)을 마감했다. 다우 지수는 기술적 지지선인 9,800선을 훨씬 밑돌면서 휘청대고 있으며 나스닥 지수는 거의 작년 9.11 테러 사태 당시의 수준이다. 달러대 엔화 환율은 연초의 135엔대에서 지금은 123엔대 안팎으로 움직이고 있다.
6개월만의 최저치다. 대부분의 거시지표는 경기확장의 청신호를 예고하고 있으나 기업들의 잘못된 회계관행과 달러 약세가 어우러지면서 뉴욕증시는 불신과 경계의 대상이 돼 버린 것이다.
월가에 대한 불신이 요즘처럼 고조되고 있는 적도 드물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시가총액기준 미국내 20대 기업안에 랭크된 종합기계회사인 타이코의 최고경영자(CEO)는 회사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다 적발돼 해임됐다. 그는 회사의 탈세에도 개입한 혐의로 수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 에너지 그룹인 엘파소는 지난주 올해의 수익전망을 하향 조정한 후 이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자살했다. 투자자들은 제2의 엔론으로 간주하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에 또 다른 에너지 회사인 윌리엄스가 에너지 가격을 조작, 지난해의 캘리포니아 전력사태를 유발한 혐의로 연방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 바람에 타이코는 주가가 26%, 엘파소 14.4%, 윌리엄스는 23%가 각각 폭락했다.
월가는 지난 1997년 아시아를 강타한 외환위기 당시 한국을 비롯, 환란을 겪고 있던 국가들에 대해 기업회계의 투명성 확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었다. 자기네들은 꿈쩍도 않고 있으면서 약소국들에게만 구조조정을 강요한 셈이다.
결국 만심(慢心)하고 있다가 화를 자초한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 증시가 당분간 살아나기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럴 경우 외국자본 유입이 줄어들면서 달러 약세도 가속화, 세계경제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세계의 금융시장은 같은 시간, 같은 패턴으로 움직인다. 우리시장도 뉴욕의 영향권 안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뉴욕의 여파가 밀려 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뉴욕 금융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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