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차이나 리포트] '중국의 유대인' 본거지 원저우는 지금 고리대금업 열풍

긴축정책으로 돈조달 길 막히자 기업들 고리대로 자금난 해결<br>한달 이자 10~20% 달하기도<br>일반 시민들도 은행 예금 빼내 "年 60%이자 가능" 앞다퉈 가세


중국 남부 저장성 성도 원저우(溫州)시에 고리대금업 열풍이 불고 있다. 원저우는 튼실한 재력을 바탕으로 부동산, 선물시장, 광산 투자 등 돈 되는 데면 어디든 나타나는 특성이 있어 중국의 유태인으로 불리는 원저우 상인들로 유명한 지방이다. 최근 원저우시 인민은행 분점이 원저우 시민과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시민의 89%, 기업의 60%가 고리대금 장사에 관여하고 있거나 고리대금 시장에서 돈을 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현지 경제주간지인 경제관찰보는 이와 관련, 원저우시 전체가 고리대금의 성(城)으로 변해버렸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인플레와 경기과열 방지를 위한 은행대출 죄기에 나서면서 제도권에서 돈을 구하지 못한 개인과 기업들이 급전을 구하기 위해 고리대금시장에 들어오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 바람을 타고 부동산개발 등 사업 확장에 나섰던 기업들이 당국의 경기과열 억제책으로 자금조달길이 막히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고리대를 통해 자금난을 해결하고 있다. 이같은 기회를 놓칠 새라 원저우 상인을 위시한 전주(錢主)들이 발 빠르게 고리대금업에 뛰어들면서 관련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지난 10월 원저우의 은행업계 예금 잔고가 80억7,800만위안(1조3,894억원)이나 급감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원저우 모 상업은행의 관계자는 "저금리, 고인플레 상황에서 상당 수 예금자들이 통장에서 돈을 빼내 부동산, 주식투자와 함께 고리대금 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의 현재 은행 1년 만기 예금금리는 2%대에 불과하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5%를 넘는 것을 감안하면 은행에 돈을 놓아둘수록 손해가 나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 돈을 고리대금 시장에 집어넣으면 월 5%, 연으로 따지만 연 60%의 이자를 챙길 수 있다. 중국은 법률상 이자 상한선이 연 60%로 담보(擔保)회사, 전당행(典當行)이라는 이름의 고리대금 업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당국의 허가를 받고 공식적으로 영업하는 이들도 있지만 상당 수는 보다 높은 불법적 금리를 받기 위해 무허가로 비밀리에 운영되고 있다. 제품 판매직에 종사하다가 최근 담보회사로 자리를 옮긴 왕모씨는 "원저우에 허가를 받지 않은 담보회사가 적어도 1000개가 넘는다며 이들의 운영자금은 200억위안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법정 상한선인 5%를 넘어 최고 월 10~20%까지 이자를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고리대금업체들은 대체 어디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일까. 은행 이자에 만족 못하는 이들이 돈을 빼내 전주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신용카드를 활용한 자금조달도 성행하고 있다. 이른바 '신용카드 깡'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물품이나 서비스를 신용카드로 구매한 것처럼 업주와 짜고 신용카드 회사로부터 돈을 빌린 다음에 결제 만기가 돌아오면 되갚는 방식이다. 왕모씨는 7~8개의 카드를 갖고 있는데 그중 가장 소비가 많은 카드의 액수는 월 13만위안(2,236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는 실제 물품이나 용역을 구매한 것이 아니라 업주와 미리 짜라 카드 깡을 한 금액이다. 고리대금업자는 카드 깡을 하면서 업주에게 허위 물품계산 금액의 1%를 수수료로 지불해야 하지만 이들 자금을 최소 월 5%의 급전대출로 굴릴 수 있어 짭짤한 차익을 챙긴다. 원저우의 올 들어 3ㆍ4분기까지 카드 소비액이 2,500억위안으로 전년 동기대비 64% 증가해 전국 성, 시에서 최고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까드깡 급증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들 고리대금업체의 자금조달 금리는 월 1.5~2%인 반면 대출 금리는 최소 5% 이상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저우의 모 상업은행 관계자는 "주변의 친구 중 3분의 1 이상이 모두 고리대금업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경기부양책 덕택에 전반적인 소매시장 경기는 좋아졌지만 원자개 가격 폭등, 제품 판매가 상승 등으로 원저우 소상공인들의 사정은 열악해지고 있는 것도 이들이 돈 되는 고리대금 시장으로 불나방처럼 뛰어들고 있는 이유다. 이들 고리대금업체들은 카드깡을 이용한 현금 확보 외에도 기업인과 짜고 은행에서 기업 담보대출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저우 소재 은행의 지난 6월 위안화 대출잔액은 5,050억위안으로 연초보다 656억위안이나 늘어났다. 원저우 소재 모 은행 관계자는 "은행 대출이 상당히 늘어났지만 기업의 생산시설 확대 등 실물 부문으로 유입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들 대출중 상당 수가 당초 투자 용도와 달리 고리대금 시장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개인들이 구조적으로 은행 등 제도권에서 돈을 빌리기가 힘든 점도 고리대금 시장이 활개치는 이유다. 중국은 주택 등 담보가 없으면 개인의 신용이나 연봉을 토대로 돈을 빌려주는 개인 신용대출 시장이 사실상 없다. 이러다 보니 직장인이나 서민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고리대금의 성행은 이미 부작용을 낳기 시작했다. 음성 불법 고리대출에 따른 분쟁 사건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원저우에서 올 들어 11월까지 고리대금 분쟁 법원 사건이 833건, 6억9,000만위안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46%, 103% 증가했다. 원저우의 모 변호사는 "고리대금 분쟁이 잇달아 지방 법관들은 휴일조차 쉬지 못하고 사건에 매달려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깡에 따른 후유증도 커지고 있다. 지난 11월 당국은 카드깡을 통한 대형 사기 사건을 적발했는데 연루 금액이 5,237만위안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업주 4명이 수수료 수입으로 47만위안을 가져간 것으로 조사됐다. 올 들어 9월까지 시 당국이 조사한 까드깡 사건이 9건으로 그 금액이 1억4,300만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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