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인투자자 국내증권사 외면

외국인투자자들이 ‘카운터파트 리스크’(counterpartrisk)를 우려해 우리나라 증권사를 통한 주식매매를 꺼리고있다. 증시에서의 카운터파트 리스크란 중개업무를 맡은 증권사가 주식매매 주문 후결제시점까지 사흘간 파산할 위험을 뜻하는 용어. 21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달들어 지난 19일까지 외국인 전체거래대금 1조3천2백억원 중 75% 가량인 9천9백억원 어치가 10개 외국증권사를 통해 결제됐다. 작년만해도 외국인투자자 매매거래의 절반이상이 국내증권사 창구를 통해 이뤄졌으나 지금은 20∼30% 수준으로 격감한 것. 국내 28개 증권사에서는 현대,대우,삼성,LG 등 극히 일부 재벌계열사만을 통해 외국인 거래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국내증권사의 역외펀드에서 들어오는 매매주문이 많다는 분석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증권사를 외면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으나 주된 것은‘언제 쓰러질 지 알 수 없다’는 우려감. 증권감독원 관계자는 “카운터파트 리스크를 우려한 외국인들이 손실을 피하기위해 아예 국내증권사와의 거래를 끊고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혹 매매주문 후 결제일 이전에 망하기라도 하면 주식 매도대금이나 실물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구조조정이 끝났다지만 아직도 상당수 증권사가 부실하다는 외국인들의 시각이 짙게 깔려있다. 특히 대다수 증권사들이 무리하게 단기자금을 끌어와 장기로 운용하는 행태를 버리지 못하는 점 등이 이들에게는 비상식적으로 비쳐지고 있다. 한누리투자증권 관계자도 “외국인들은 몇몇을 제외하곤 국내증권사와의 거래를 매우 위험한 것으로 여기고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국내증권사는 의뢰인들의 투자내역 등에 대한 ‘보안사항’을 일부러 흘리거나 자신들의 투자에 역이용하는 일도 적지 않아 신뢰를 잃고있다. 최근 투자탐방을 위해 방한했다가 주최측인 컨설팅사가 이를 사전에 노출시키는바람에 철수해버렸던 미국 베어스턴스그룹의 사례가 그같은 예이다. 국내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현물시장에서 주문을 내면 이 정보를 이용해 선물시장에서 이익을 취하는 등의 관행은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흔한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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