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책과 사람] "경제의 지역화로 세계화 폐해 극복해야"

'오래된 미래' 한국어판 출간 맞춰 방한<br>스웨덴 사회운동가 헬레나 호지


고도의 경제성장으로 빚어진 환경 파괴와 높은 암 발생률은 GDP(국민총생산)가 행복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해주는 한 반증(反證) 사례입니다. 경제적 합리성은 사회적합리성과 생태적 합리성이 함께 추구돼야 합니다." 스웨덴 언어학자이자 사회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사진)씨가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중앙북스)의 정식 한국어판 번역 출간에 맞춰 최근 방한했다. 그는 1975년 방언연구를 위해 인도 북부의 작은마을 라다크에 갔다가 그곳 사람들의 평화롭고 지혜로운 삶에 방식에 동화됐다. 30여년간 라다크를 방문하면서 개방화ㆍ세계화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겼다. 책은 동명의 영화를 포함해 50여개국에 번역돼 반(反)세계화의 지침이자 생태주의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책을 통해 서구로부터의 자금 유입과 경제개발 열풍에 평화로운 라다크가 어떻게 파괴됐는지를 설명하면서 세계화의 폐해를 지적했다. 그리고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석유 문제가 세계화 폐해의 대표적인 사례" 라면서 "제한된 석유 공급이 수요를 미치지 못해 벌어지는 전쟁 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문명 유입 이후 라다크 젊은이들이 오랜 전통은 미개한 것으로 치부해 버리고 미국인을 닮아가고 싶어하는 모습이 특히 안타까왔다는 그는 "그 같은 젊은이들의 모습은 세계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다"며 "아름다운 건축물에 시멘트를 발라버리고, 영어를 못하는 자신들을 어리석다고 여기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그들의 전통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라다크 여성들의 교육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교육 등을 포함한 라다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책이 10여년전 녹색평론사에서 한국어판으로 발간돼 10만여권이 이미 팔렸지만, 뒤늦게 한국판 정식계약을 맺은 것도 라다크 프로젝트의 지원금 마련을 위한 것. 그는 영미권의 불필요한 곡물 교역의 위험을 경고하면서 "보리와 밀 등을 지구 반대편에서 수입하게 되면 지역경제는 순식간에 무너지게 된다"라며 "일부 대기업 중심으로 수요와 공급이 이루어지는 중앙집권식의 글로벌 경제가 아닌 예전에 그랬듯이 지역수요에 맞는 공급체계를 세우는 '경제의 지역화'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오래된(ancient) 그곳에서 그가 미래를 찾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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