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노조도 변해라]<4> '파업, 그 은밀한 유혹'

"해마다 파업해도 격려금·성과급 두둑" 비뚤어진 관행이 악순환 부추겨<br>"투쟁 거셀수록 이득" 인식 팽배…경영권까지 넘봐<br>"이런 구조에서 파업 안일어나면 오히려 이상" 개탄<br>진통 겪더라도 원칙 앞서는 노사문화의 틀 정립을



[노조도 변해라] '파업, 그 은밀한 유혹' "해마다 파업해도 격려금·성과급 두둑" 비뚤어진 관행이 악순환 부추겨"투쟁 거셀수록 이득" 인식 팽배…경영권까지 넘봐"이런 구조에서 파업 안일어나면 오히려 이상" 개탄진통 겪더라도 원칙 앞서는 노사문화의 틀 정립을 관련기사 • 강경투쟁이 부른 'GM제국'의 몰락 • '相生바람' 부는 선진국 노사 #1. 지난 87년 노조설립 이후 단 한 해만 빼고 19년째 내리 파업을 벌인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직원 A씨. 그는 지난 7월 한달간 거의 일손을 놓고 파업에 가담했지만 노사협상이 타결된 후 5.1%의 임금 상승분에 격려금 200만원, 성과급 100% 등 두둑한 목돈을 챙겼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파업 때문에 밀린 일을 처리하기 위해 잔업과 휴일근무 등을 하면 평일보다 150%에서 최고 350%나 수당을 더 받을 수 있다”며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2. 지난 4월 6일부터 11월 6일까지 무려 215일동안 전면 파업을 벌였던 한국외국어대 노조 소속직원 B씨. 그 역시 노조 지침에 따라 장기간 파업에 동참했지만 외대측이 철저하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킨 탓에 격려금은 커녕 월급마저 한 푼 받지 못했다. 그는 “파업으로 월급이 나오지 않아 은행에서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 생활비로 충당했다”며 “집사람 눈치가 보여 집에 들어가기가 꺼려지고, 직장 분위기도 서먹서먹해져 도무지 일 할 맛이 나지 않는다”며 고개를 떨궜다. 똑같이 사측과의 갈등으로 인해 장기간 벌인 파업인데 한쪽에선 ‘승리의 찬가(?)’가 울려 퍼지고 다른 한 쪽은 패배의 짙은 그림자에 휩싸여 깊은 한숨만 나오는, 우리나라 노동현장의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현상은 왜 벌어질까. 한마디로 ‘법과 원칙’이 통하느냐의 차이다. 현대차 노조의 경우 매년 파업을 벌여도 파업기간의 손실을 보전받는 것은 물론 각종 격려금과 성과급 등을 챙기면서 그야말로 ‘화려하게’ 집으로 돌아간다. 반면 외대의 경우처럼 법과 원칙이 엄격하게 적용되면 노조는 무력해 질 수 밖에 없다. 파업을 벌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을 때, 또 반대로 파업을 벌이면 내 주머니가 축난다는 인식이 박혀 있을 경우 노조원들이 보이는 행동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매년 파업으로 수천, 수만대의 자동차를 만들지 못해 거액의 손실을 보고 국가경제가 멍들어도 노조측이 이를 ‘승리’로 받아 들이는 한 대한민국의 노사관계 발전은 요원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신명 나는 파업 잔치?= “이런 구조에서 파업이 안 일어나면 오히려 이상하다”. 지난 10월 18일, 울산에서 열린 부산노동지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은 “현대차는 지난 99년 파업 이후부터 성과급과 현금일시급 지급관행이 굳어져 왔다”며 “이는 일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관행의 수준을 현저히 뛰어 넘은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다른 완성차 업체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기업 노조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진다. 심지어 투쟁강도가 세질수록 얻는 것도 많다는 점을 알아채고 임금 등 복지 뿐만 아니라 인사나 생산시설 증설ㆍ이전 등 경영권과 관련된 영역까지 깊숙이 개입하려는 양상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파업하면서 쉬고, 또 마치 선심을 쓰듯이 파업을 마치고, 게다가 주머니까지 두둑해지면서 인사상 불이익도 받지 않는 ‘노조 불패신화’가 깨지지 않는 한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파업의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는 얘기다. 누구도 견제할 수 없는 막강한 권력은 부패를 낳기 마련이라고 했던가. 일하지 않고도 대가를 충분히 보상 받을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진 노조 때문에 생기는 사회적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일부 귀족노조들의 취업장사와 노동단체의 노조기금 유용, 각종 시설물 건립관련 비리 등이 대표적 사례다. 노동계는 이로 인해 여론의 눈이 차가워질 때마다 자숙과 함께 ‘변화’를 약속하지만 그들이 힘을 발휘할 때마다 돌아오는 ‘은밀한 유혹(반대급부)’ 때문에 쉽사리 투쟁의 노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원칙의 힘이 더 강하다=지난 9월 중순 경남 울산의 현대중공업에서는 4만여명의 임직원들과 가족들이 모인 가운데 한바탕 축제가 열렸다.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고 ‘12년 연속 무분규’라는 대기록을 세운 것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였다. 현대중공업이 이처럼 화합의 모습을 이끌어내기까지 적지않은 진통을 겪어야 했다. 특히 지난 94년 현대중공업은 노조가 두 달여 동안이나 파업을 벌였지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파업기간 동안의 임금을 한 푼도 주지 않는 초강수를 뒀다. 이후 노사 양측은 협상을 통해 서로 양보하고 신뢰를 쌓으면서 무분규 사업장으로 탈바꿈했다. GS칼텍스 역시 지난 2004년 벌어진 노조파업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끝까지 지켜낸 끝에 노사관계가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분명하다. 노조의 상습적인 파업이나 강경투쟁을 막는 방법은 파업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득실을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이는 배수진을 치고 법과 원칙을 확실하게 지킬 때에만 가능하다. 투쟁을 벌여봐야 결국 우리만 손해를 본다는 사회적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달되면 쉽사리 힘을 모으기 어렵기 때문이다. 힘 없는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노조가 쉽사리 투쟁을 선택하지 못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한 대기업의 노무담당 임원은 “우리도 법과 원칙을 지키려고 애를 쓰지만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국가경제적 손실 등을 운운하며 빨리 파업을 끝내라고 뒤에서 종용하기 일쑤”라며 “솔직히 이런 분위기에서 끝까지 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결국 법과 원칙이 더욱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사측 뿐만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 여론 등 사회적인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이동응 경총 전무는 “개인의 인생사에 여러 굴곡이 있는 것처럼 기업도 항상 좋은 시절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파업이 가져다 주는 순간의 유혹에 매몰돼 회사 사정에 아랑곳 하지 않고 강경투쟁을 일삼을 경우 어느날 비참한 처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력시간 : 2006/12/06 17:11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