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요구는 휘발유값이 뛸 때마다 주요 대안으로 거론돼왔다. 유류세가 기름값의 절반 정도에 달하기 때문이다. 유류세를 10%만 낮춰도 높은 국내 유가를 잡는 데는 특효약인 셈이다. 지난해 9월에도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유류세 인하를 기획재정부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단체들이 틈만 나면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정치권도 움직이고 있다. 이 때문에 선거 정국을 앞두고 정치권발(發) 유류세 인하 바람이 불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가 정치권의 유류세 인하 요구까지 포퓰리즘으로 치부하면서 저항할지도 주목된다.
◇정말 여력 없나=박주선 민주통합당 의원은 20일 "유가 폭등으로 유류세가 2년 전에 비해 해마다 4조원 이상 더 걷혔던 만큼 유류세를 인하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소비자시민모임도 최근 지난 2011년 유류세를 분석한 결과 정부가 2010년보다 유류세를 9,779억원을 더 걷었다고 지적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었을 때도 유류세 등을 탄력적으로 내리지 않고 기존 세율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금액 차이는 있지만 박 의원과 소비자시민모임의 말을 따져보면 정부가 과거 유류세를 많이 거뒀다는 말이 된다. 요즘처럼 유가가 고공비행할 때는 정부가 유류세를 낮출 여력이 있다는 말이다.
'오피넷'에 따르면 2월 둘째주 보통휘발유 1리터의 가격은 평균 1,891원70전이다. 이 중 세전가격은 973원30전이다. 교통에너지환경세ㆍ교육세ㆍ주행세ㆍ부가세 등 유류세가 약 918원에 이른다. 일반인들이 주유소에서 자동차에 넣는 기름값의 절반이 세금으로 나가는 것이다. 유류세를 일정 부문만 조정해도 판매가격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 입장에서는 더 이상 기름값을 낮출 여력이 없다"며 "국제유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유류세를 인하하는 것만이 뛰는 기름값을 잡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실제 17일 현재 배럴당 두바이유 가격은 117.45달러로 9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깊어지는 정부 고민=세금 정책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유류세 인하에 부정적이다. 세금을 한번 낮추기는 쉽지만 이를 다시 부과할 때는 엄청난 저항이 있기 때문이다. 또 재정에도 큰 타격이다. 2010년 기준으로 유류세 규모는 18조원대다.
실제로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지도 정부 입장에서는 고민거리다. 2008년 수송용 유류세를 10% 내렸지만 가격인하분의 70%만 실제가격에 적용됐다. 하지만 세수는 10개월간 1조4,000억원이나 줄어들었다는 게 재정부 측의 설명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팀장은 "개인이나 민간 입장에서는 유류세를 낮출 수 있으면 좋다"면서도 "세원을 대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 국제유가 수준을 감안하면 아직은 정부가 쉽사리 유류세 인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