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다급한 동양, 형제회사 오리온에 구원 요청… 최대 1조 수혈 가능성

■ 금감원, 동양 오너엔 "기업어음 해결하라"<br>부도 땐 회사채ㆍCP 매입한 개인투자자 수만명 피해<br>오리온측, 제안 수락 미지수



10월 위기설에 시달리던 동양그룹이 감독 당국의 독촉까지 받자 내놓은 카드는 형제회사 오리온이다. 동양과 오리온은 각각 창업주인 고(故) 이양구 회장의 두 사위인 현재현ㆍ담철곤 회장이 나눠 가진 회사다. 동양은 창업주의 부인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이 나서 오리온을 움직여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오리온이 동양에 제안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대주주의 판단에 달린 일이지만 자칫 오리온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동양은 오리온 대주주에게 동양시멘트·동양파워·동양증권 등 그룹의 핵심 자회사 주식을 묶어 만기 2~5년짜리 자산유동화증권(ABS)이나 자산유동화대출(ABL) 등으로 유동화할 테니 신용을 보강해달라고 요청했다. 각 계열사를 하나씩 매각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CP)을 제때 상환할 수 없는 만큼 ABS를 발행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동양그룹은 이를 통해 적어도 5,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까지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이어 회사채와 CP를 발행하며 가까스로 넘어오던 자금난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효과다.

동양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지속적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었다. 이에 그룹은 지난해 12월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화력발전과 금융 등을 제외한 나머지 비주력 사업부문을 매각하겠다는'고강도 경영개선 및 사업재편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후 동양은 폐열발전소·레미콘·파일사업부를 매각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12월 동양그룹은 구조조정을 통해 올 상반기까지 2조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당장 알짜배기 계열사인 동양매직 매각이 잇따라 실패했다.

설사 대금을 받는다 해도 지금껏 마련한 돈은 5,000억원가량에 그친다.


위기에 처한 동양이지만 구조조정을 피하고 임원진의 급여를 올려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을 샀다. 금융위원회가 진행 중인 회사채 안정화 방안에도 동양을 대상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 회장은 그룹의 위기상황을 지난해 말까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경영진의 능력부족과 오래 진행된 그룹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정부가 도와줄 수 없는 점"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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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은 은행 등 주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체결해 부채감축 등 제살을 깎는 노력을 피하기 위해 회사채와 CP를 대량으로 발행했다. 동양그룹의 빚 2조9,000억원 중 은행 여신은 9,000억원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제때 구조조정을 할 시기를 놓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장은 은행의 감시를 받으며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어려울지 모르지만 회사채와 CP로 상황을 모면하는 것은 더 어렵다"면서 "은행이 채권단이 되면 물린 돈 때문이라도 기업과 장기적으로 살길을 찾지만 회사채와 CP 투자자는 기한이 되면 돈을 빼면 그만이고 더 유지하려면 높은 금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양그룹의 ㈜동양ㆍ동양레저ㆍ동양인터내셔널이 발행한 회사채 및 CP는 동양증권 창구에서 연 7~8% 금리에 개인투자자들에게 팔려나갔다. 문제는 내달 말부터 금융투자업 규정이 계열사의 투자부적격 등급을 받은 회사채와 CP를 판매할 수 없도록 바뀌어 더 이상 이런 창구를 통한 차환 발행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증권가에서는 동양이 10월에 스러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고 있다.

이 중 CP는 지난해 5월 말까지 증권신고서조차 없이 발행돼 불완전판매 소지가 크다. 금감원이 개인투자자에 판매된 CP를 오너 일가에서 막도록 요구한 것은 이것이 부도날 경우 피해를 본 수만명의 개인투자자들이 감독당국의 책임 방기를 주장하며 소송을 걸 수 있다.

관건은 오리온의 반응이다. 공식적으로 오리온 측은 "전혀 동양을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오리온그룹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제안이다. 다만 담 회장 등 대주주의 결정에 따라 상황은 반전될 수 있다. 담 회장과 부인인 이화경 부회장은 오리온 주식을 각각 86만5,204주(14.49%)와 77만626주(12.91%) 보유하고 있다.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주당 가격은 97만3,000원이다. 업계에서는 장모인 이 이사장이 과거 담 회장을 위해 사재를 출연한 일을 빌미로 담 회장을 설득하면 지원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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