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달간 서울 강남Ⅰ(강남·서초·송파구)지역의 아파트시장은 수요자의 발길이 뜸한 채 벌써 겨울잠에 빠진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소화되지 않은 매물이 쌓이고 있으며 가격도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떨어진 값에도 살 사람이 없어 일부 중개업소는 개점휴업 상태다. 대치동 하나부동산 조종길씨는 『IMF체제가 시작된 직후보다 거래량이 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세시장도 마찬가지다. 지역에 따라 매물이 적은 곳도 있지만 수요자가 워낙 없는 탓에 가격이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개업계는 최근의 거래부진과 가격약세가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매매가=추석 직후부터 두달째 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압구정동, 대치동, 방배동 등 강남 노른자위 지역의 아파트도 매물이 좀처럼 소화되지 않고 있다. 수요자 감소에 따른 거래부진이 심각한 상태.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매매의 경우 한달에 한두건 거래하기도 힘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조금씩 급매물이 나오면서 30평형대를 기준으로 한달새 평균 1,000만원 이상 실거래가격이 떨어졌다. 개포우성 31평형은 추석 이후 1,000만원 남짓 가격이 떨어졌으나 하락한 값에도 구입하려는 사람이 없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40평형대를 기준으로 2,000만~3,000만원 가격이 떨어졌으며 서초동 삼풍, 방배동 신동아·경남·임광 등도 전평형에 걸쳐 1,000만원 이상 값이 하락했다.
수요자의 감소는 경기불안심리와 구매력의 상실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사태 등에 따른 불안심리가 여전하다. 강남 30평형대 아파트의 수요층인 중산층이 아직 구매력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구매력을 가진 여유층은 올 상반기 이미 아파트 매입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선뜻 아파트 구입에 나설 수요자가 드문 상태다.
◇전세가=매매가와 마찬가지로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압구정동 시범부동산 관계자는 『중개업소마다 10건 이상의 전세매물을 갖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드물다』고 말했다. 시기적으로도 지금을 비수기로 볼 수 있다. 가을 이사수요자들은 추석 이전에 전세계약을 마친 상태이기 때문이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30평형대는 500만~1,000만원 하락한 1억3,50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방배동 신동아 34평형은 1,000만원 떨어진 1억3,000만~1억4,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대치동과 가락동, 도곡동 등 강남 대부분 의 지역에서 전세값이 500만원 이상 하락한 상태다.
이은우 기자LIBRA@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