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CEO 칼럼] '착한 기업'이 수익률도 높다


두 친구가 밀림 속을 헤매고 있었다. 그때 먹이를 발견한 굶주린 호랑이가 바람을 가르며 달려왔다. 그러자 한 친구가 갑자기 운동화 끈을 고쳐 맸다. 이를 본 다른 친구가 "어차피 호랑이 걸음을 이기지 못할 텐데 운동화 끈을 왜 조여 매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자네보다 빨리 뛰기만 하면 나는 살 수 있네"라며 쏜살같이 도망쳐 버렸다. 이 우화는 이렇게 끝난다고 한다. '바람처럼 달려오던 호랑이는 앞에 뛰어가는 건강한 사람이 더 맛있을 것 같아 앞 사람을 쫓아갔다.'

자본주의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반복되는 금융위기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실업률이 올라가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운동이 확산되면서 올해 스위스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ㆍWEF)에서도 자본주의 위기가 화두였다.


자본주의 역사는 진화의 역사다. 애덤 스미스의 고전주의로부터 지난 1930년대 정부 개입을 필요로 했던 수정자본주의, 그리고 1970년대 신자유주의를 거쳐 오늘날 복지 수요 증대로 또 다른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다. '자본주의 4.0'의 저자 아나톨 칼레츠키도 "자본주의는 시대의 위기에 따라 진화한다"고 했다.

연기금은 기업의 책임성 촉진해야


당면한 자본주의의 위기 상황이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실패인가, 아니면 운영의 실패인가 하는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시장이 만능은 아니지만 시장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시장의 역할과 개인의 창의성을 존중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공정한 룰을 정립하는 노력과 함께 자본주의의 합리적 진화는 모색될 수 있다. 시장과 국가의 상호작용, 협력적 관계 구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아나톨 칼레츠키의 '자본주의 4.0'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주주(shareholder)뿐 아니라 고객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을 배려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가능하다는 주장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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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민연금공단이 서울에서 개최한 세계연기금정상회의(IPC)에 참석한 세계 30대 연기금 대표들은 투자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나아가 연기금이 기업의 투명성ㆍ윤리성ㆍ책임성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사회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ingㆍSRI)를 늘려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나가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연기금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장기 투자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는 기업의 재무성과뿐 아니라 환경, 사회적 책임, 기업지배구조(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한 투자를 말한다. 실제 사회적 책임이 강한 '착한 기업'의 장기 주가수익률이 '나쁜 기업'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조사에 따르면 환경, 사회적 책임, 기업지배구조 면에서 우량한 국내 기업의 주가수익률이 코스피 평균을 크게 상회한 것으로 검증되고 있다.

국민연금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관심을 높여가고 있다. 2006년부터 사회책임투자(SRI)펀드를 결성해 투자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려왔으며 2009년 유엔 책임투자원칙(Principle for Responsible Investment)에 가입했다. 성과도 좋게 나타났다. 올 1월 현재 3조4,000억원을 사회책임투자펀드에 투자했는데 펀드 설정 이후 연평균 수익률이 10%대로 기준수익률(벤치마크)을 5% 포인트 웃돌고 있다.

지속 가능한 발전에 관심 높이길

나아가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역시 기업의 투명성ㆍ책임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기업의 지속 성장, 국민연금의 장기 투자 성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에스키모인들은 길을 잃으면 길을 찾지 않고 길을 만든다고 한다. 국가 미래 발전과 국민 행복 증진을 위한 새 길을 모색하는 시대적 미션을 위해 용기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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