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무기도 부품 시험성적 위조

K-9 자주포·수리온 헬기에 불량품 공급 드러나<br>국방기술품질원 34곳 검찰 고발

원자력발전소에 이어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군용 장비를 납품해온 군납 업체들이 대거 적발됐다. 우리 군이 자랑하는 'K-9 자주포'와 기동헬기 '수리온'에도 부실부품이 공급돼 관련 기관의 감시가 소홀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기술품질원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군수품 납품업체들이 제출한 공인 시험성적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34개 군납 업체가 시험성적서 125건을 위조했다고 11일 밝혔다. 국방기술품질원은 이들을 검찰에 고발하고 해당 제품은 전량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리콜할 계획이다.

특히 국군장병들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군수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례가 103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사거리 40㎞ 상당의 K-9 자주포의 경우 납품업체 3곳이 차량걸쇠와 절연판ㆍ밀대 등 13건의 시험성적서를 허위로 제출했다. 이들은 인장강도가 규격에 비해 20%가량 미달했으나 성적서에는 13.8로 허위기재해 부품을 납품해왔다. K-9 자주포는 대당 40억원에 이르며 터키에 10억달러어치를 수출한 우리 군의 핵심 포병 전력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1조3,000억원을 들여 국내기술로 자체개발한 기동헬기 수리온에도 불량부품이 쓰였다. 조사 결과 납품업체 2곳이 와이퍼조립체와 시동모터 등 3건의 시험성적서를 변조, 불량부품을 공급했다. 방위사업청은 2020년까지 수리온 220대를 실전배치할 예정이지만 이번 조사 결과로 '최초의 한국형 기동헬기'라는 명성에는 금이 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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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된 전차를 구조하거나 정비하는 데 사용되는 구난전차에도 불량부품이 사용됐다. 해당 업체들은 총 73건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브래킷ㆍU볼트 등의 부품을 공급했으며 해당 부품의 니켈 함량을 속이는 방법을 사용했다.

장병들이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피복과 식재료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사례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공군 조종사용 가죽점퍼의 경우 시험성적서상 가죽의 두께를 위조했으며 사출식 전투화는 앞 덮개용 가죽과 허리쇠 등의 시험성적서가 허위로 작성됐다. 군에 납품하는 머스터드소스는 염분 함량이 1.20%에서 2.14%로, 들깻가루는 수분 함량이 3.36%에서 1.36%로 허위기재되는 등 식자재 부실납품 사례가 빈번했다.

최창곤 국방기술품질원장은 "이들 업체는 공인시험기관이 발생한 시험성적서를 팩스로 기품원에 발송하면서 기재 내용을 조작했으며 제도상의 허점을 악용했다"며 "이번에 적발된 시험성적서 위조 품목은 위험도가 낮은 비핵심 품목이며 해당업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기술품질원은 향후 납품되는 군수품의 품질검사를 강화할 방침이지만 군납 업체가 제출한 시험성적서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시험성적서 검사는 1981년 국방기술품질원이 설립된 후 처음 이뤄진 것이라 2011년 이전 사례까지 감안하면 불량부품 납품 행위는 더욱 많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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