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일본 팝아트 거장 만난다

무라카미 다카시 한국서 아시아 첫 회고전<br>동서양 넘나드는 작품으로 '일본의 앤디워홀' 별칭<br>미스터 도브 등 39점 선봬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플라워'

무라카미의 '순백색 복장의 도브'

서구가 장악하고 있는 세계 미술 시장에서 비서구권 작가임에도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가 있다.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村上隆·51ㆍ사진)다.

루이비통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일약 세계적인 유명 작가로 떠오르며 '일본의 앤디워홀'이란 별칭까지 얻었다. 그는 지난 2008년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으며 프랑스 미술정보회사 아트프라이스가 지난해 경매총액을 기준으로 꼽은 현대미술가(1945년 이후 출생) 순위에서 13위를 기록했다.


팝 아트의 거장이 된 무라카미가 아시아 첫 회고전을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갖는다. 오는 4일부터 12월 8일까지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Takashi in Superflat Wonderland)'전을 아시아 미술관 최초로 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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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또래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TV나 잡지 등 대중매체를 통해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탐닉하면서 애니메이션의 오타쿠를 자처했다. 도쿄예술대학 일본화과에 입학한 후 동시대 일본 미술계의 무비판적인 서구미술 수용과 독자적인 담론의 부재 등에 문제 의식을 갖고 일본 미술의 독자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서구 아방가르드 미술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가장 일본다운 특성을 전통이 아닌 오타쿠적 하위문화가 이뤄낸 만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17~18세기 일본 비주류 작가들의 회화 기법에서 찾았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애니메이션과 만화 같은 평면 이미지를 그만의 회화 양식으로 승화시킨 '수퍼플랫(Superflatㆍ초평면)'이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동시에 동양과 서양, 고급문화와 저급문화를 잇는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무라카미의 회고전에선 미스터 도브(Mr. DOB), 미스 코코(Miss. KoKo), 카이카이, 키키 등 대표적 캐릭터는 물론 전통적인 미의 상징인 꽃을 경쟁의 산물로 그려낸 꽃 연작 5점 등 총 39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의 자화상이자 일본인의 얼굴로 제시된 미스터 도브는 귀엽고 멍청한 원숭이의 모습으로 처음 등장했다. 서양의 대표적 캐릭터인 미키마우스가 영민하면서도 선량한 이미지인 것과 비교하면 다소 반대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셈이다. 대형 꽃 연작에선 무수히 웃는 꽃들이 인공적인 미소로 무장한 얼굴을 상징, 현대사회에서 소비 문화를 위해 웃을 수밖에 없는 우리네의 불편한 진실을 꼬집는다.

무라카미는 2일 플라토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버추얼 리얼리티(Virtual Reality)에서 벗어나 이제는 SNS로 대표되는 소셜 리얼리티 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이런 변화 속에서 현대인이 느끼고 있는 절망과 외로움, 그리고 치유에 대한 욕망을 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 제목인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는 루이스 캐롤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차용했다.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에 비견될 만한 '수퍼플랫한 이상한 나라'로서의 무라카미의 예술 세계를 보여주겠다는 그의 의지를 담고 있다. 전시장 전체가 회화, 조각, 풍선, 영상, 사진, 벽지, 커튼, 카펫 등 다양한 매체로 꾸며져 관람객들에게 이상한 나라인 원더랜드에 떨어진 듯한 즐거움을 제공할 전망이다.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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