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대란은 치솟는 가격도 걱정이지만 셋집을 구하기조차 어렵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내년 초 입주물량까지 입도선매한다니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수급불균형 때문이다. 주택가격 하락으로 내 집 마련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으로 셋집이 태부족하게 된 것이다.
수급균형이 무너진 상황에서 정부의 대책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부족한 전세물량을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낼 수 없는 노릇이다. 전세수요를 매수 쪽으로 돌리고 질 좋은 임대주택을 늘리는 것이 상책이지만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런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초래할 전월세가격 상한제를 배제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나마 정책효과를 보려면 신속한 집행이 관건이다. 여기에는 국회의 책임이 막중하다.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를 비롯한 기존 법안 외에도 월세 소득공제 확대와 민간 임대사업자의 세제지원 같은 것들은 국회 동의 없이는 말짱 도루묵이다. 법안 처리가 늦어질수록 시장의 혼선이 가중됨은 취득세 감면조치 때 익히 경험한 바 있다. 더구나 이번에는 취득세 영구인하 조치까지 담았다. 야당은 장외투쟁의 강도를 높이면서도 9월 정기국회에 임한다는 입장이다. 일말의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전월세 대책만큼은 민생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협력하기 바란다. 서민ㆍ중산층의 고충을 외면한다면 정치투쟁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