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구조조정 ‘발등의 불’… 금융계는 지금 폭풍전야

◎‘먹느냐 먹히느냐’ 사활건 빅뱅금융계가 술렁거리고 있다. 금융기관 인수·합병(M&A)이 눈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폭풍전야의 상황에서 나름대로 유리한 입지를 점하기 위해 부산하게 주판알을 굴리고 있는 은행, 종금 등의 M&A 시나리오를 정리했다. ◎은행/불실비율 10% 초과/제일·서울·충청은 통폐합대상 0순위/한일·국민 ‘유리한 고지’ 정부는 오는 98년 3월 말까지 은행들의 자산·부채를 실사하고 조사결과 자산의 건전성, 자기자본비율 등을 기준으로 A(정상), B(미달), C(크게 미달)등급으로 분류, C등급 은행들은 정리해나갈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은행 관계자들은 소속은행이 이번 실사에서 어떠한 평가를 받을 것인지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먼저 지난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총여신대비 무수익여신(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비율이 10%를 넘어서는 은행들은 구조조정작업의 1차대상으로 지목될 소지가 높다. 은행별로 보면 제일(16.7%), 서울(15.1%), 제주(14.8%), 충청(11.6%), 전북(10.5%) 등 5개기관이다. 이들 은행은 앞으로 은행간에 펼쳐질 M&A 소용돌이에서 피합병은행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무수익자산이 총여신의 15%를 넘는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은 정부의 금융기관 통폐합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는 영순위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신속하게 추진할 개별은행에 대한 실사에서 보유자산의 건전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히면서 같은 시간에 한국은행으로 하여금 일반은행들의 여신건전성을 공표하게 한 것도 이같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무수익여신이 총여신의 5%이하를 유지하고 있는 한일(2.8%), 국민(3.4%), 신한(4.1%), 한미(2.3%), 하나(1.7%), 보람(3.9%), 평화(4.2%)은행 등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은행중 대다수가 지난해 은행감독원이 발표한 카멜(CAMEL)방식에 의한 경영평가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총여신대비 무수익여신비율이 5∼10%를 유지하고 있는 은행들중 대형은행들은 대부분 B등급으로 분류돼 당국으로부터 강도높은 자구계획을 요구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규모가 작은 후발은행들은 구조조정작업의 2차 대상으로 거론될 확률이 높다. 한편 자산건전성과는 별도로 그동안 합병대상은행으로 거론돼온 동화, 동남, 대동, 평화은행 등 후발은행들도 구조조정작업의 주요 관심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금융계의 견해다. ◎종금사/‘종금으론 더이상 어렵다’/제일·금호·LG·쌍용 등 계열증권·은행과 통합/아예 업종전환 물색 종금사들은 당장 내년 3월말까지 어떤 형태로든 각사 나름의 구조조정 방안을 확정해야만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영업정지 등 최악의 징계를 면키 어렵다. 앞으로 종금사들이 택할 수 있는 구조조정 방법은 크게 세가지다. 통합 파트너로 적당한 은행이나 증권사를 물색해 아예 업종을 은행, 증권 등으로 바꾸거나 아니면 다른 종금사와 통합해 현행 종금시장에 그대로 잔류하는 방법이다. 이 가운데 다른 종금사와 통합해 시장에 잔류하는 방법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외환불안이 고조되면서 종금업의 한계가 노출될대로 노출돼 종금사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지원책으로 제시한 점포신설 허용 등 영업활성화방안도 부도위기에 직면해있는 종금사들에 별다른 유인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일반은행과 합쳐 은행으로 전환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계열관계에 있는 은행 또는 그동안 업무협조관계를 유지해온 시중은행과 통합하는 방안이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로 계열관계에 있는 신한은행과 제일종금의 통합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2천억원 이상의 부실채권을 안고 있는 제일종금이 내년 3월까지 획기적인 경영개선을 이루지 못할 경우 그룹모체인 신한은행이 나서 제일종금을 합병하는 수순이다. 금호그룹과 특수관계를 맺고 있는 광주은행과 금호종금도 이와 비슷한 통합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증권사와 합치는 방안도 현실성있는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종금사 가운데 증권회사를 계열사로 끼고 있는 회사가 많다는 점에서 성사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LG종금과 LG증권, 쌍용종금과 쌍용증권, 고려종금과 고려증권, 한화종금과 한화증권, 동양종금과 동양증권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증권사가 이미 포화상태에 달해 있는만큼 추가진입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장담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종금사의 한 임원은 『정부가 종금사 구조조정대책을 발표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기준이나 시행시기 등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라며 『보다 자세한 보완책이 나온 다음에나 향후 진로에 대한 검토작업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이종석·이기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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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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