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슈 인사이드] 학생 60% "체벌 금지 이후 면학 분위기 변화 없다"

학생 인권 어떻게 봐야하나<br>경기도선 학생인권조례 3월부터 시행하는데…<br>서울 초·중·고교생 1,003명 조사

체벌 등 학생인권 이슈에 대한 사회적 논쟁은 격하지만 정작 이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도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7일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가 발족식과 동시에 토론회를 열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경제DB


두발·복장 자율화엔 찬성 64% 반대 16%
高3 "대입 신경 쓰느라 다른것은 관심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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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학생·교사 모두 인권 이해 부족해"
조례 제정은 단위학교별 자율적으로 맡겨야
1970년대는 교문 앞에서 훈육선생님한테 걸리면 남학생들은 일명 바리캉으로 머리를 뜯기면서 뒤통수를 맞아야 했다. 1990년대는 여학생들이 스틱자로 '귀밑 3cm' 단속을 받던 시대였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2011년 교육계에서는 '학생 인권'이 최대 화두다. 경기도가 지난해 10월 두발ㆍ복장 자율화, 체벌금지, 학내 집회자유, 강제 야간자율학습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경기도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하고 올 3월부터 이를 시행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한 일부 지역 교육청도 관련 위원회를 발족하고 조례안 세부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이 같은 조례 제정은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학교폭력이나 과잉규제, 비자발적 학습 등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조례라는 법적 장치를 통해 학생인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의도에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교권실추나 면학분위기 침해 등을 이유로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학생인권과 교권은 반비례인가=학생 인권을 둘러싼 논란은 '학생 대 교사'의 대립구도로 비화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체벌금지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시내 초중고교에서 모든 종류의 체벌을 전면 금지시켰다. 체벌 금지 첫날부터 학교 현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학생지도 수단이 사라지면서 다른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는 지적과 함께 급기야 매맞는 교사들이 나오며 논란이 커졌다. 일련의 학생 인권과 관련한 이슈를 둘러싼 갈등은 현재 보수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반대를, 진보성향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찬성을 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총은 "학생 인권 존중 취지는 공감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대안 없이 무조건 정책을 추진하면 부작용만 나올 뿐"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반면 전교조는 "학생 인권과 교권은 별개"라며 학생 자율성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헷갈리는 현장의 아이들=그렇다면 '당사자'인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서울경제신문이 하늘교육과 함께 서울지역 초중고교생 1,003명(초등 198명, 중등 450명, 고등 355명)을 대상으로 학생인권과 관련해 설문 조사한 결과, 체벌금지에 대해서는 찬성이 45.7%로 반대(26.0%)와 잘 모르겠다(25.8%)보다 월등히 높았다. 찬성의견은 초등학생으로 갈수록 응답비율이 높았고 고등학생으로 올수록 반대와 비율이 비슷했다. 그러나 효과에 대해서는 대체로 의견이 부정적이었다. '체벌 전면 금지 이후 면학 분위기는 어떻게 바뀌었냐'는 질문에 60%가 '변화가 없다'고 응답했고, 나빠졌다는 의견도 29%였다. '좋아졌다'(11%)는 응답은 소수에 그쳤다. 중고교생만 대상으로 한 두발ㆍ복장 자율화에 대한 설문에서는 찬성이 63.8%로 월등히 높았고, 반대 16.5%로 나타났다. '두발ㆍ복장 자율화가 면학분위기를 해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아니다(28.2%)가 그렇다(21.4%)보다 많았고, '학생간 빈부격차ㆍ가계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도 아니다(21.1%)가 그렇다(19.9%)보다 많았다. 반면 이 두 문항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29.1%, 34.6%에 달해 학생들이 일련의 학생 인권 사안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나 기회가 적다는 점을 시사했다. 실제로 서울 A여고 최모(18)양은 "학생들, 특히 대입을 앞둔 고등학생들의 경우 체벌이나 두발ㆍ복장 자율화보다 당장의 시험이 중요하다"며 "관심도 없을 뿐더러 (체벌금지 등의)필요성이나 문제점을 고민할 기회도 없었다"고 말했다. ◇'인권ㆍ자율ㆍ책임'교육 필요=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인권을 논의하기 전에 학교 현장에 이에 대한 교육이 충분히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선영 세이브더칠드런 중앙아동권리센터 팀장은 "교사는 교권 보호만을 주장하고, 학생들은 자신들의 권리만 강조할 뿐 양쪽 모두 인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인권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책만 전격적으로 시행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 팀장은 "혼란을 최소화하고 부작용을 없앨 수 있도록 완충작업이 필요하다"며 "외부 전문가를 상담교사나 생활지도 담당으로 학교에 파견해 학생ㆍ교사 간 갈등이나 문제를 조율하거나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도 "책임교육 없이는 자율이 방종으로 흘러가고 그 속에서 학생들의 해방감과 교사들의 실추감의 괴리가 커져 교육 현장이 황폐화된다"며 "자율에 따르는 책임이 강조되지 않는 상황에서 진정한 '자율'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일률적 시행 보다는 단위학교에 맡겨야=일각에서는 '일률적 시행'으로 체벌금지 등 인권 보호 정책을 추진하는 것보다는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학교 상황에 맞게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훈찬 전교조 정책실장은 "'어디까지는 허용하되 어느 수준까지는 안 된다' 식의 논의로는 답을 낼 수가 없다"며 "대전제는 일정 기간 내 체벌금지 및 자율화로 가되 학교별로 교사, 학생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학교 환경에 맞는 보폭으로 학생인권과 교권을 챙겨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지윤섭 서울 영훈고 교사는 "학교마다 면학분위기나 환경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단위 학교에 자율성을 주고 학내 합의를 거쳐 알아서 규율을 정하도록 해야 한다. 합의를 통해 체벌을 일부 허용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 그렇게 추진하면 되고, 두발을 자율화하도록 결론이 난 학교는 또 그대로 실행하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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