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포항제철:8·끝(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브라질 비토리아 코브라스코 공장/“남미 철강공략 사령부” 힘찬 담금질/포철에 원료공급·브라질 판로확보 판단/「펠렛」연400만톤 생산목표 98년 완공박차/“국내관련업계 국제경쟁력 강화” 기대도브라질 남부 해안 도시 비토리아에 위치한 투바라오 펠렛공장단지(TUBARAO PELLETIZING COMPLEX). 서울에서 무려 1만7천여㎞나 떨어진 이곳에 포철(POSCO)은 브라질의 CVRD사와 합작 설립한 코브라스코(KOBRASCO) 현지공장을 건설중이다. 코브라스코는 오는 98년6월 완공 목표로 기초공사가 한창이었다. 코브라스코가 입주하게 될 투바라오 펠렛 공장단지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통상 공장단지가 지니고 있는 칙칙한 이미지와는 달리 투바라오 펠렛 공장단지 곳곳에는 무려 6백만 그루에 달하는 나무가 심어져 있어 자연공원을 연상케 할 만큼 훌륭한 환경과 조경시설을 자랑하고 있었다. 현재 투바라오 펠렛 공장단지내에는 코브라스코 외에 CVRD사가 이태리와 일본, 스페인등과 각각 합작해 설립한 3개의 합작공장이 가동중이다. 브라질 CVRD사의 1,2공장을 포함해 합작공장인 이타브라스코(ITABRASCO), 니브라스코(NIBRASCO), 히스파노브라스(HISPANOBRAS)등 총 5개의 공장에서 생산되는 펠렛은 연간 1천8백만톤에 달한다. 제철원료인 철광석은 크게 나누어 덩어리 형태의 괴광과 가루형태의 분광, 그리고 분광형태의 철광석을 10∼20㎜의 작은 구슬모양으로 소성시켜 만든 펠렛이 있다. 일반적으로 기존 제철공정에서는 주로 펠렛에 비해 상대적으로 값이 싼 분광을 구입, 고로내에서 환원반응이 잘 일어날 수 있도록 소결공정을 거쳐 통기성이 좋은 덩어리 형태의 소결광을 만들어 사용하거나 괴광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세계 철강업계는 소결광이나 괴광보다는 펠렛을 선호하고 있다. 펠렛이 분광 및 괴광보다 철의 함유량이 많아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괴광 공급이 갈수로 어려워지고 있고 소결공장의 경우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에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결광 대신 펠렛의 사용량을 점차 늘려가는 추세다. 포철은 이런 철강업계의 환경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첫 남미 합작사업의 하나로 브라질 CVRD사와 공동으로 펠렛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현재 약 30%의 공정을 보이고 있는 코브라스코가 완공될 경우 연간 생산량은 4백만톤. 포철은 이중 약 2백30만톤을 도입, 사용할 계획이다. 현지에 파견돼 공장건설에 따른 자금조달과 회계업무를 맡고 있는 포철의 오숭철 대리는 『코브라스코 브라질 현지 공장 건립은 공해산업을 국내에 유치하는데 따른 부담감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철강업계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브라질 CVRA사가 생산하는 펠렛은 화확적 성분 및 물리적 특성면에서 다른 공장에서 생산되는 펠렛에 비해 상당히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가격면에서도 포철이 합작생산할 경우 단순 구매하는 것 보다 약 3%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어 포철의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합작조건도 투바라오 펠렛공장단지 내에 있는 다른 합작공장들보다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이타브라스코나, 니브라스코, 히스파노브라스 등은 모두 CVRD사와 49:51 지분비율로 합작을 했지만 코브라스코만은 50:50의 동등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브라스코 건설에 소요되는 총 투자비는 2억2천만달러로 이중 35%인 7천7백만달러를 포철과 CVRD사가 각각 3천8백50만달러씩 투자하고 나머지 65%인 1억4천3백만달러는 미국 시티뱅크의 차입금으로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이에따라 코브라스코의 경영권은 양사가 공동으로 보유하고 최고의사 결정기구와 경영관리기구도 양사 동수로 구성된다. 또 코브라스코의 생산능력은 다른 합작공장중에서 가장 큰 규모로 다른 합작공장들은 3백50만톤인에 비해 코브라스코는 연산 4백만톤 규모를 자랑해 국내 수요량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론 브라질로서도 합작사업에 따른 기대효과는 상당하다. 최근 브라질은 리알(REAL)화의 과대평가로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돼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브라스코가 완공될 경우 고용효과를 거둘 뿐 아니라 장기적인 구매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브라스코 합작공장은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포철과 장기적인 판로를 확보하기 위한 CVRD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합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포철의 연간 철광석 사용량은 3천3백50만톤에서 오는 99년 광양의 5고로 가동시 4백50만톤이 늘어난 3천8백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현재 5% 수준인 펠렛 사용비도 10% 수준으로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포철은 장기적이고 안정적 원료확보를 위해 지난 82년부터 호주 마운트 쑬리 탄광과 캐나다 그린힐스 탄광에 현지 투자해왔으며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도 제강원료인 페로망간 생산을 위해 합작사업 양해각서를 교환하는등 다양한 형태의 합작 투자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포철의 이같은 해외합작 투자사업은 우수한 품질의 원료를 저가로 안정되게 공급받을 수 있는 잇점이 있어 포철의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터뷰/오숭철 코브라스코공장 대리/“현지인 야간작업등 협조 공사 순조… 포스코 진출 교민에 자긍심 높여” 적당히 검게 그을린 건강미 넘치는 얼굴. 코브라스코(KOBRASCO)의 오숭철대리(38)의 첫마디는 『한국은 요즘 어떻게 돌아갑니까』였다. 지구촌 시대, 각종 정보통신망이 아무리 잘 발달돼 있다고는 하지만 낮과 밤이 완전히 거꾸로인 지구 반대편 저쪽에서 외롭게 땀 흘리며 일하는 그로서는 고국 소식이 당연히 궁금할 듯 싶었다. 『한국의 정치상황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경제마저 장기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이역만리 낯선 곳에서 이만저만 걱정이 아닙니다. 거창한 애국심이 우러나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잘 살아보겠다고 이 먼데까지 와서 일하고 있는데 고국에서 안좋은 소식이 들려올 때면 참 안타깝습니다.』 오대리는 휘청거리는 한국의 경제상황을 매스컴을 통해나마 간접적으로 전해들을 때마다 한국이 선진국 진입 문턱에서 주저앉아 제2의 멕시코나 아르헨티나처럼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현지 교민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고 교포사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포스코에 입사한지 11년째인 오대리의 주 업무는 회계·자금분야로 입사 이후 줄곧 한분야에서만 근무했다. 브라질 비토리아 현지공장에 오대리가 파견된 것은 지난해 4월, 1년을 갓 넘겼다. 『한국에서는 공기단축이나 예산절감이 공사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정도로 중요시 됩니다. 그러나 이곳 브라질의 경우 공기단축이나 예산절감등의 개념 자체가 희박합니다. 공사 초창기에는 이것 때문에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모릅니다. 짜여진 공기에 맞추려다보면 불가피하게 야간작업도 해야하는데 정해진 근무시간외에 일을 한다는 것이 이곳 현지인들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겁니다. 물론 초과 근무수당을 준다고 해도 워낙 낙천적인 사람들이라 근무시간이 끝나면 옷 갈아입고 돌아가기가 쁜빴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도 한국의 공사실정을 이해하는 분위기입니다.』 작업진도가 늦을 경우 야간작업도 마다하지 않는 작업분위기가 조성됐다는 것이다. 오대리는 그러나 이들이 원리 원칙대로 일하는 덕분에 한국의 공사현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부실 시공 따위는 찾아볼 수가 없다고 자신했다. 오대리가 더욱 다행스러워하는 것은 브라질의 경기에 침체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어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점이다. 브라질과 합작으로 벌이는 공사여서 브라질의 경기상황이 나쁠 경우 공사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브라질 진출은 경제적 성과 못지않게 브라질 교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습니다. 과거에 브라질 사람들은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지만 포스코가 브라질에 진출하고부터는 그 반대로 됐지요.』 오대리는 그것을 최대의 보람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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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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