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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블로그]김광수 기자의 ‘아! 차!’(8)

레걸 없는 모터쇼라니 아쉽네



서울모터쇼가 폐막한 게 일주일 남짓인데 이번 주에는 상하이모터쇼(2013 오토 상하이)가 개막을 하네요. 자동차를 담당하다 보니 일년에 챙겨야 할 주요 모터쇼만 해도 부지기수라 저도 주말에 모터쇼 취재를 위해 상하이로 날아갑니다. 중국에서 열리는 모터쇼에 간다니까 주변 남자들은 벌써부터 난리들입니다. 헐벗은 ‘레걸(레이싱 모델)’들을 보며 눈요기 좀 되겠다면서요.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관심이 없어서… 아무튼 제가 다녀와서 어땠는지 알려드리죠.

모터쇼와 레이싱 모델은 뗄 수 없는 사이지만 언젠가부터 자동차보다 여성의 몸만 부각되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습니다. 모터쇼인지 블로거들의 ‘출사대회’인지 구분이 안 될 만큼 노골적으로 레이싱걸의 주요(?) 부위에만 포커스를 맞춰 사진 찍어대는 남자들. 인터넷에는 관련 사진이 넘쳐나고, 가족 단위로 모터쇼를 찾은 사람들은 아이들 눈을 가리기에 급급한 상황이 반복됩니다.

몇 해 동안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데, 올해 서울모터쇼에는 전과 다른 풍경이 좀 보였습니다. 현대자동차와 메르세데스-벤츠 부스에서는 차 옆에서 몸에 달라붙거나 아슬아슬한 길이의 옷을 입고 허리를 꺾어 가며 포즈를 취하는 여성을 볼 수 없었습니다. 오로지 자동차에만 집중할 수 있고 모르는 것은 옆에서 담당자들에게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카메라 옆에 끼고 레걸만 찾아 돌아다닌 마니아들은 싫어했다는 후문입니다.


벤츠야 몇 해 전부터 해오던 일이지만 국내에서 가장 큰 부스를 꾸리는 현대차는 다소 실험적인 선택을 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는 좋은 평가가 많아서 내년부터는 현대차 부스에서 ‘언니들’을 보긴 힘들 것 같은데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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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코리아는 더 큰 실험을 했습니다. 레이싱 모델을 배제하고 큐레이터를 배치하는 실험을 강행했죠. 7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16명의 큐레이터. 월드 미스유니버시티 수상자, 현직 방송국 리포터, 쇼핑 호스트 등 다양한 이력. 자동차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과 상담으로 다른 브랜드에서는 벌써부터 벤치마킹에 들어갔습니다. 앞으로 더욱 확대가 될 것 같은데, 마초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네요.

자동차 옆에 세우는 모델도 언젠가부터 브랜드별로 차별화가 되고 있습니다. 말끔하게 차려 입은 패션모델을 세우는 브랜드가 늘어나는 추세죠. 아우디 코리아는 이미 자리를 잡았는데 서울모터쇼에서는 디자이너 최범석과 함께 매일 두 차례에 걸쳐 패션쇼를 열었습니다. 쌍용차는 미니 런웨이까지 꾸미고 8명의 패션모델을 동원했는데 키가 190cm에 이르는 여성 모델까지 있었죠. 폭스바겐 코리아도 패션 브랜드 제인스진과 차량 컨셉에 맞는 패션쇼를 진행하며 볼거리를 제공했습니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프리미엄 소형차 브랜드 MINI는 올해도 모델들을 벗겼습니다. 여성이면 큰일나니 남성들로…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남자 모델들이 터프한 드라이빙을 강조하듯 MINI 차량 옆에 서있는데 여성 관람객의 눈은 차로는 향하지 않고 남자 모델의 몸으로만 향하는 게 강하게 느껴졌죠. 브랜드 담당자는 “요즘 유행하는 잔근육이 아니라 헬스장 관장님 같은 체형”이라며 안타까워했지만요.

사실 해외 주요 모터쇼에선 이런 광경을 보기 힘듭니다. 앞서 거론한 중국의 경우는 아직까지 모터쇼 문화가 발달하지 않아 ‘노출’이 연관 검색어로 오르지만 유럽이나 미국 등에선 모델 자체를 보기 쉽지 않습니다.

아예 없는 브랜드가 대다수이고, 있다 해도 노골적으로 여성의 몸을 드러내진 않습니다. 유독 특정 국가의 브랜드는 다르긴 합니다. 바로 이탈리아 브랜드인데요. 피아트를 비롯해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등의 브랜드는 우리나라 모터쇼를 능가하는 여성 모델들을 배치합니다. 육감적인 몸매를 드러낸 의상을 입은 모델에 대한 반응은 현지 남성들도 열광적입니다. 남자들은 국적에 관계 없이 어디를 가나 다 똑같나 봅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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