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인겸 조각전] "침묵의 공간은 바로 생명의 모태"

『내 작품은 한마디로 조형의 영혼성에 대한 관심이라 할 수 있으며, 그 미지의 불확실성의 행로를 담보하는 침묵의 공간이고, 원초로 흘러드는 모태의 공간이기도 하다.』조각가 김인겸씨(54)의 이야기다. 그는 텅빈 침묵의 공간을 연출한다. 그것을 모태 또는 영혼이라고 말한다. 육신을 벗어던진 영혼, 그리고 일성 조차 차단된 모태는 침묵 속에 잠겨 있지만 생명이 움트는 곳이기도 하다. 김인겸씨가 현재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02~720-1020)에서 「묵시공간(默示空間-공」이라는 제목으로 선보이고 있는 작품은 적갈색의 거대한 고철판이 등장한다. 작가는 그저 고철판을 한번 휘어 용접했을 뿐이다. 처음과 끝이 만나는 장면이자 작가로부터 유기당한 현장이기도 하다. 그는 모든 잎사귀를 벗어던진 고목처럼 철판의 나신을 보여준다. 김인겸씨는 이렇게 말한다. 『시작도 끝도 드러내고 싶지않은 어떤 무한과 영원에 대한 애증으로 버무러진 중간자. 그들은 꿈과 현실의 중간에 서서 때론 자기조차 알 수 없는 것들, 규정지을 수 없는 것들을 던져놓으며 우리들의 근원과 본질에 대한 사고를 움직이며 우리를 명상과 초월의 공간으로 끌어들인다.』 작가가 꿈꾸고 있는 것은 결국 문명의 찌꺼기들이 사라진 원초적 생명의 무대였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8일 오픈해 오는 2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각가가 제4회 가나미술상을 수상한 것을 기념하는 자리이다. 철판을 소재로 한 조각 대작 외에도 단색의 드로잉 10여점이 함께 전시된다. 김인겸씨는 홍익대 미대 조소과 및 동 교육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그동안 국내외에서 여섯차례의 개인전을 가진바 있다. 그는 지난 95년 최초로 한국관이 설립된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 대표작가로 참가했다. 또 96년에는 한국작가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퐁피두센터에 초대되어 파리에 정착한후 피악, 바젤등 여러 국제아트페어에도 참가했다. 【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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